소위 '낙인찍기'를 통해 지역 여론을 주도하는 권력으로 부상한 일부 맘카페의 저격 질로 소아과병원의 폐원이 잇따르면서 사회 문제가 된 가운데 치과의사도 맘카페 갑질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월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는 글이 최근 개드립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명되면서 맘카페의 문제점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3년 다니다 뒤늦게 소아 치과 의사가 된 글쓴이 A씨는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소아를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컴플레인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며 입을 열었다. 단적인 예로 그는 앞니가 많이 상한 만 30개월 아이를 치료했던 사례를 꼽았다.
유치 앞니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에 빠지기에 웬만하면 치료하지 않지만, 이 아이의 치아 상태는 보기 흔치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와 상의하에 앞니 4개를 신경치료하고 크라운을 씌워 치료가 마무리됐다. 치료 결과에 대해서 부모도 만족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이 아빠가 치과로 전화가 와서는 무조건 원장을 바꾸라고 독촉했다.
환자들을 보고 있는 A 원장이 어렵게 시간을 내 전화를 받았더니,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어젯밤에 넘어져서 치료했던 앞니 하나가 부러지고 빠져 버렸어요"
A 원장은 사고 이후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지를 물어보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 아빠가 뱉은 말은 A씨로선 상상도 못 한 내용이었다
"저희가 치료받은 지 3개월밖에 안 됐잖아요. 그런데 앞니가 빠져버렸는데, 치료비 환불이 가능한가요?"
A 원장이 난감해하자 아빠는 "비싼 돈 들여 치료했더니 3개월 만에 앞니가 빠져버렸는데 치료의 목적이 없어진 거다"며 "선생님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시고 치료비를 환불해주셨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선생님이 치료할 때 앞니를 너무 많이 깎아서 더 잘빠진 거일 수도 있다"며 "환불 안 해주면 '치료가 잘못돼 앞니가 빠졌다'고 맘카페에 적을 수도 있다"고 겁박했다.
"진료 끝나고 다시 전화드리겠다"며 수화기를 내려놓은 A 원장은 머리 한 켠에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맴돌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 6시 반쯤 환불은 어렵다고 말씀드릴 요량으로 전화를 거니 아이 엄마가 받았다. 그리고는 대뜸 하는 소리가 "선생님이 전화를 너무 늦게 주셔서,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제가 겨우 달래는 중이에요."
"어머니도 아버님과 같은 생각이시냐"고 묻는 A 원장에게 엄마는 "한두 푼도 아니고, 이렇게 다쳐서 빠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치료를 안 했을 텐 데, 선생님이 치료를 권하셨잖아요"고 항변했다.
실랑이 끝에 A 원장은 치료비 환불은 어렵다고 얘기했고, 이후 A 원장의 치과는 맘카페에 불친절하고 과잉 치료를 일삼는 치과로 적혀졌다. 댓글은 100개가 넘게 달렸고, 그런 치과는 가지 말자는 반응들이 오갔다.
A 원장은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맘카페는 여자만 가입할 수 있고, 남자인 나는 가입조차 못 한다"며 "그렇다고 아내를 시켜서 댓글을 다는 것도 보기가 안 좋다고 판단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환자가 덜 오고를 떠나서, 내가 진료를 해온 세월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며 과잉 치료하는 치과 이미지로, 치과가 폐업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왜 대한민국은 해외에서도 유명한 진상 천국이 돼 버렸을까? 이렇게 10년 후에는 또 어떤 세상이 올까?"라는 탄식으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