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지지하고 나선 듯한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끈다.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두려는 더불어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조 전 장관은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위치한 평산책방에서 자신의 책 '디케의 눈물'의 사인회를 열었다. 평산책방은 평산마을에 거주하는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조 전 장관은 사인회에 앞서 "시민 여러분 저의 책 사인회에 참석해주시고 이렇게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사인회를 시작했다. 한 시간쯤 뒤에 문 전 대통령이 책방을 방문하면서 두 사람이 만났다.
둘은 서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이후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 전 장관이 사인회를 하던 자리를 문 전 대통령에게 양보하자, 문 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사인회) 계속하라"라고 말하며 다시 자리를 양보했다. 문 전 대통령이 책이 잘 팔렸는지 묻자 사인회를 진행하던 관계자들이 "오늘 책이 다 팔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책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동행감사!'라는 사인을 해줬다. 문 전 대통령은 책방을 찾은 이들과 반갑게 악수한 뒤 밝은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조 전 장관은 사인회에 앞서 “부족한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신 덕에 여기까지 왔다. 성원에 힘입어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취재진에게 거취 등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만남을 예사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조 전 장관을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최대한 법률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것이 안 받아들여지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의 길을 찾는 것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이 출마할 경우 야권의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신당' 창당, 무소속 출마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주류는 조 전 장관 출마를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사태’의 프레임에 잡혀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의 주요 전략인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훼손될 수 있는 데다 중도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기에 조 전 장관 출마를 꺼리는 것이 당 주류인 친명계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와 국회의원 출마가 명예 회복의 수단은 아니다"라며 조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적절하지 않은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 출마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김 의원의 발언을 이 대표 의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화기애애한 만남이 이뤄져 민주당 주류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출마가 민주당에 꼭 손해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과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의 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전 장관 출마가 진보 진영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 반발하지만 아직은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분들을 잡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10일 오후 7시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부산 북 콘서트'를 진행하며 최근 정국 상황과 총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