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앵무새를 주운 남성이 돌려 달라는 주인의 요구를 무시하고 별안간 하늘로 새를 날려버렸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판사 박민)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정식 공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머니투데이가 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점유를 이탈한 앵무새를 반환하지 않은 채 불상지로 날아가게 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는 물론 심각한 심적 고통까지 안겨줬다"며 A 씨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A 씨가 동종 범행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초구 일대 본인 사무실 인근에서 앵무새 한 마리를 주웠다. 어딘가에서 갑자기 날아든 새를 습득한 그는 이후 자신의 업장에 새를 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가 습득한 새는 마카우(Macaw·매커우)앵무의 한 종류인 청금강앵무로, 분양가가 평균 300~4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청색과 금빛이 도는 털로 뒤덮여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청금강앵무는 활동적이고 민감한 특성상 좁은 장소에 가두어선 안 되고, 비행을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평소 비행 교육(훈련)을 꼭 해줘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 씨가 주운 앵무새는 경기 의왕시에서 비행 연습을 하다 의도치 않게 서울까지 날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습득하기 이틀 전 새 소유주인 B 씨는 앵무새들을 데리고 비행 연습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갑자기 까마귀 떼가 습격하면서 앵무새 3마리가 멀리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 중 2마리는 평소 연습 때와 같이 B 씨에 돌아왔는데, 1마리는 종적을 감추고 사라져 버렸다.
B 씨는 행방이 묘연해진 앵무새를 찾기 위해 경찰에 분실 신고를 했고, 나중에야 A 씨가 앵무새를 습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B 씨는 자신의 새를 돌려 달라고 반환을 요구했으나, A 씨는 거부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도 3차례나 무시했다.
상황이 이래지자, 경찰은 A 씨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앵무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A 씨는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새장에서 탈출해 도망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타인 소유의 앵무새를 업장에 보관하다 9일 뒤 경찰로부터 반환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새장 문을 열어 앵무새가 날아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