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 살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가 정신감정을 받게 됐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황인성)는 7일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여성 고 모 씨의 네 번째 재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고 씨 측 변호인은 범행 당시 고 씨의 정신상태에 대해 검사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이날 재판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증인으로 출석해, 고 씨의 범행 당시 남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고 씨의 정신감정 상태를 놓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신문이 이뤄졌다.
고 씨의 변호인은 해당 사건 첫 재판에서 '살인'이 아닌 '영아살해죄'라는 주장을 폈다. 또 '시체 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은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영아살해죄' 구성요건은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관계가 아닌 '산모의 심리상태'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살해된 영아의)시신이 냉장고에 있던 사실 자체는 최근 일이어서 피고인의 심리 상태 분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정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수없이 냉장고 문을 여닫으면서도 시신을 냉동실에 방치한 것은 정상적인 심리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란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인 셈이다.
고 씨는 병원에 입원해 하루 일상생활과 말·행동 평가, 지능검사, 성격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진행되는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정신감정 결과를 가지고 다음 기일에는 피고인 신문이 이뤄진다.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될 예정이다.
앞서 고 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8년 11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살해했다. 또 2019년에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뒤 주거지 인근 골목에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해된 영아는 각각 여아와 남아였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고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