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골 문화 체험 차 경남 통영의 외딴섬을 찾은 외국인 커플이 초면의 한국 중년 남성 취객한테 난데없는 봉변을 당해 여행 분위기를 망쳤다. 술에 취해 외국 여성을 끌어안고 볼 키스하는 남성의 성추행 추태에 누리꾼들은 "역겹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4일 미국인 유튜버 '에밀리'가 운영하는 채널 '20Camels'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의 식사'라는 영상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국내에 몇 달째 체류 중인 에밀리(25)는 동료 밸런타인(남·28)과 함께 경남 통영의 욕지도를 찾았다. 오션뷰에 감탄하던 이들은 바닷가 옆에 딸린 조그만 노천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에밀리는 "욕지도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가까이 마주 보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독특한 음식도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설렌다"며 소주병을 앞에 두고 밸런타인과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여유로운 가을 여행의 정취는 불청객의 등장으로 뒤죽박죽이 됐다. 지나가던 한 한국 중년 남성이 다짜고짜 에밀리 옆에 앉더니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수작을 걸기 시작했다.
만취한 이 남성은 한국어로 에밀리에게 밸런타인을 오빠로, 자신은 큰오빠로 부르라고 강요하더니, 밸런타인에게 "우리 며느리 전화 바꿔 줄까"라며 횡설수설했다. 밸런타인과 에밀리는 영어로 "이미 좀 취하신듯하다"며 긴장했다.
이 남성의 잇따른 건배 강권으로 테이블이 술판이 되면서 남성의 주사는 더욱 심해졌다.
남성은 맞은 편에 앉은 밸런타인에게 "핸섬보이다. 반해버렸다"며 껴안는 시늉했고, 외국인 커플은 마지못해 분위기를 맞춰주는 표정이 역력했다.
압권은 이 다음부터 였다
남성은 에밀리와의 투샷 사진을 찍어달라고 밸런타인에게 요청했다. 그는 에밀리 옆에 밀착해 어깨를 오른손으로 감싸는 포즈를 취하더니 급기야 에밀리에게 볼 키스를 날렸다. 한국말로 에밀리에게 "자기 예뻐"라고 말해보라고 시키기도 했다.
이 남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외국인 커플은 뒷담화를 깠다.
에밀리가 "내 얼굴을 자기 얼굴 쪽으로 당길 때, 내 볼을 뽀뽀하려고 할 때 (기분이 상했다)"고 불평하자, 밸런타인은 "(그 순간이) 너무 황당해서 난 웃고 있었다. 얼마나 취했으면"이라고 맞장구쳤다
얼마 뒤 테이블로 돌아온 이 남성은 이번에는 밸런타인 옆에 착석했다
남성은 밸런타인에게 "형님이 좋아?"라고 술주정하더니 에밀리에게는 전화를 거는 흉내를 내며 "부산 올 때 텔레폰(부산 올 때 전화해라)"이라고 군소리했다. 에밀리는 정확한 뜻도 모른 채 엉겁결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밸런타인에게 "(부산에 오면) 맛있는 거 사 줄게"라고 했는데, 의미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밸런타인이 대충 감으로 "노(No)"라고 거절하자, "맛있는 거 사 준다는데 노(No)가 어디 있노. 오케이 해야지"라며 야단쳤다.
갑자기 걸려 온 휴대폰 벨소리에 일어나 춤을 추던 남성은 만류하는 에밀리의 손길을 뿌리치고 기어코 본인이 술값을 계산했다. 그리고는 거스름돈으로 받은 1만5000원을 택시비 하라고 뿌리는 인심(?)을 썼다.
대신 빌려 썼던 발렌타인의 선글라스는 돌려주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남성의 기행에 밸런터인은 "선글라스는 주고 가셔야지. 좀 비싼 건데"라고 못마땅해 했고, 에밀리는 "뭔가 되게 야만적인 느낌이다"고 푸념했다.
한가로운 한국 어촌 여행기쯤으로 꾸며지려던 콘텐츠는 '빌런'의 등장으로 졸지에 이국땅에서 겪은 수난 정도로 주제가 변질했다. 영상의 대부분을 뜻하지 않은 군손님의 취중 원맨쇼와 이를 감내하는 외국인 커플의 에피소드로 메워졌다. 해당 영상은 영어권 구독자를 겨냥해 제작된 거라 자칫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보면서 욕 나왔다", "외국인한테 무슨 짓이냐", "나이 먹고 술 먹고 개념까지 처먹었냐"며 꼴불견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