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심재학 KIA 타이거즈(기아타이거즈) 단장이 고개를 숙였다.
기아타이거즈 공식 인스타그램에 30일 오후 사과문이 공식 게재됐다.
심 단장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 28일 열린 '호랑이 가족 한마당'(호마당) 행사에서 몇몇 선수가 그릇된 언행을 했다"며 "기아타이거즈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담아 선수단과 팬이 함께하는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개최했다"며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언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기아타이거즈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며 지속해 실시해 온 선수단 윤리 교육 등에 더욱 힘쓰고 팬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매년 시즌이 끝난 뒤 구단 주최로 선수와 팬이 만나는 팬미팅 겸 축제인 호마당을 개최하는 기아타이거즈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28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옛 무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호마당엔 기아팬 1000명이 초대됐다. 행사는 선수들의 장기 자랑과 팬 사인회, 하이파이브 이벤트 등으로 꾸며졌다.
문제는 하이파이브 이벤트 과정에서 벌어졌다. 일렬로 선 선수들이 지나가는 팬들과 손바닥을 맞대며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일부 선수가 여성 팬 외모를 평가하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을 한 것이다.
일부 선수는 기아 투수 김유신 선수를 놀리는 듯한 말투로 "유신이 플러팅(Flirting)해?", "유신이 지금 플러팅한다. 예쁜 사람 (손바닥만) 세게 친다"고 말했다. 플러팅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유혹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추파를 던지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당시 현장에서 이를 들은 일부 팬들은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을 촬영, 온라인에 공유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린 한 네티즌은 "같은 선수들인 것 같은데 이게 팬들 앞에서 할 소린가요?"라며 "처음에 듣고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어이가 없네", "팬들이 우습나요?", "그냥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고 팬들이 손 치고 지나가네. 그 짧은 순간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진짜 성의 없다", "이럴 거면 하지 말지", "야구나 잘해라", "눈치 좀 챙겼으면"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를 찾은 한 팬은 후기 글을 통해 "팬들이 휴대전화로 영상 찍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일부 선수들이) 하이파이브 기다리는 팬한테 집중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친 채 본인들끼리 떠들고 웃고 있었다", "팬한테 물어본다는 질문이 '곧 끝나나요?'였다. 한 500명 정도 남은 것 같다고 하니까 그 뒤에 있던 다른 선수가 '절반? 사곤데?'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정된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즌 중도 아니면서 셀카, 사인, 악수, 포옹도 아니고 손바닥만 들고 있으면 팬들이 공장 레일처럼 다 지나가면서 알아서 (손을) 대고 가는데 그것조차 힘드냐"며 선수들 태도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 "그해 성과가 어떻든 간에 팬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선수들을 보려고 어렵게 티케팅해서 전국에서 일 년에 단 한 번인 행사에 온 건데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게 참. 오히려 1군에 있으면서 인기 많고 실력 좋은 선수들은 하나하나 팬 눈 마주치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팬들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하는데, 일부 사람들 때문에 다른 선수들 노력마저도 더럽혀진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심 단장의 공개 사과문이 뜨자, 5만 회원을 보유한 한 기아타이거즈 팬카페에는 "선수들이 직접 사과해라", "호마당 사과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함", "사과로 끝나면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