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을 시킨 자폐증 모녀를 극진히 예우한 김밥집 주인과 이들에게 자리를 센스있게 양보한 배려남이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에펨코리아 등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밥집에서 젊은 남성분 센스'라는 제목으로 공유된 사연이다.
글쓴이인 직장인 남성 A씨는 "퇴근길에 운동가기 전 저녁이나 간단히 때울까 해서 근처 김밥집을 들렀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젊은 남녀가 들어오더니 메뉴를 신중하게 고르더라"며 "여자분은 화장실을 가고 남자분 혼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음식을 기다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70대와 40대로 보이는 모녀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며 가게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40대 딸이 젊은 남자 손님 앞에서 뭐라고 말했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무슨 소리인지는 들리지 않고, 남자 손님도 난감해 하는 사이 주인 아줌마가 양해를 구했다.
"혹시 자리 좀 옮겨줄 수 있어요? 이분이 이 자리에만 앉으셔서…"
70대 노모도 바로 죄송하다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미안해요. 우리 아기가 자폐가 있어서 꼭 여기만 오면 이 자리를 고집해서, 미안해요. 총각…"
그 커플 자리에는 밑반찬이랑 물통이 세팅된 상황이었지만, 남자는 전혀 망설임 없이 "아유 그러세요. 여기 앉으세요"라며 바로 자리를 비켜줬다.
얼마 뒤 자리에 돌아온 여친이 "어 자리 옮겼네?"라고 묻자, 남자는 "응 여기가 더 시원해서~, 음식 나왔다. 얼른 먹자~"라며 말을 돌렸다.
원하는 자리에 앉은 모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묻지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그리고서야 물었다. "아가, 또 먹고 싶은 거 없어?".
중년의 딸은 잠시 고민하다 우유를 먹고 싶다고 했다. 노모는 "이거 먹고 나가서 사주겠다"고 약속하고 테이블에 펼쳐진 김밥 한 줄을 딸과 나눠 먹었다.
A씨는 "마치 저나 제 와이프가 네 살 난 딸아이를 어르 듯 그렇게 노모는 따님을 어르었다"며 "그 어머님 마음에는 최소 40대는 됐을 법한 따님이 아직 아기인 거지요"라며 감정 이입했다.
이어 "그분들을 감히 동정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본다"며 "김밥 한 줄 팔아주는 손님이지만 VIP 예우하듯 자리 양보를 부탁하고 친절히 두 분 국물까지 챙겨주는 주인 아주머니 마음씨에 마음이 따스해진다"고 했다.
또한 "노모가 아쉬운 소리를 한 번 더 하지 않도록 에둘러 자리를 옮긴 이유를 여친에게 설명한 그 남자분의 작은 마음 씀씀이에도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진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