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놀러가서 죽었다는 말, 가장 가슴아파“

2023-10-24 18:20

참사 1주기, 슬픔에 사무친 유가족들
딸 잃은 아버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 간직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24일 문화일보는 이태원 참사를 겪은 유족 일부 사연을 보도했다.

진정호(50) 씨는 참사로 21살 딸 진세은 씨를 잃었다.

진 씨는 “참사가 일어나고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놀러 가서 죽은 애들’이라는 말이었어요. 맞아요. 우리 아이 놀러 간 것 맞아요. 그런데 놀러 간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참사 이후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부터 국회 국정감사까지 쭉 지켜봤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없었다”며 “경찰의 잘못을 경찰이 수사하는 상황을 신뢰할 수 없었고, 국정감사는 여야가 정쟁만 하다 끝이 났다”고 말했다.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 / 뉴스1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 / 뉴스1

이어 “아직도 정치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책임지겠다는 사람 한 명 없이 서로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며 “참사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는 사과해야 하며, 이런 재난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적인 안전 매뉴얼도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문(63) 씨도 참사로 딸 주희 씨를 떠나보냈다.

그는 이태원에 간 딸에게 ‘연락이 안 된다’고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12시 52분에 보냈던 마지막 문자도 보관하고 있다.

당시 정 씨는 딸에게 “둘째 딸 전화 안 되네. 빨리 통화하자고. 이태원에 있는지 궁금하네” “(아빠가) 이태원 가는 중”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아물지 않는 아픔 / 뉴스1
아물지 않는 아픔 /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우울감과 불면, 공황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고 김의현 씨의 어머니 김호경(58) 씨는 갑자기 심장이 뛰거나 머리가 쿵쿵 울리는 증세가 생겼다. 늘 신경정신과 약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김 씨는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니까 그게 힘들고 미안해서 어쩔 수 없이 서서히 멀어지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