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4일 내놓은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지역사회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과 재범 우려를 원천 차단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조두순·김근식 등 고위험 아동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올 때마다 반복된 지역사회의 반발과 갈등을 봉합할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두순 출소로 시작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갈등…'미봉책' 반복
고위험 성범죄자 관리 대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계기는 2020년 12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71)의 출소였다.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혀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그가 안산으로 돌아오자 지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재범이 우려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피해자 가족이 오히려 조두순을 피해 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출소한 성범죄자를 관리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경찰과 안산시 등이 감시 인력을 증원하고 범죄예방 CCTV를 늘리는 등 '조두순 관리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며 몰려드는 극성 유튜버 등 외지인 탓에 지역주민의 불편이 커지기도 했다.수그러들었던 여론은 지난해 아동성범죄자 김근식(55·재구속)의 출소 소식에 다시 들끓었다.
김근식은 2006년 5∼9월 인천·경기도 일대에서 9살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 11명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특히 강간치상죄로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6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두순보다 재범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김근식 출소를 하루 앞두고 그의 과거 성범죄를 추가 발견해 재구속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달도 지나지 않아 '수원 발발이'로 불린 연쇄성폭행범 박병화(40)가 출소하면서 성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되풀이됐다.
◇ 한동훈이 주목한 美 '변태들의 마을'…한국 현실 맞춰 변형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자 올해 초부터 미국의 '제시카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 전과자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피해자 고(故) 제시카 런스포드의 이름을 딴 법이다.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공원 같은 아동 이용시설에서 2천 피트(약 61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법정형 하한 상향 등과 함께 제시카법 도입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초·중·고등학교,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법 제정 방향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한 장관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제시카법 적용으로 도심에서 쫓겨난 미국의 성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일명 '변태들의 마을'을 다룬 프로그램을 시청할 것을 추천한 일도 화제가 됐다.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고 수도권 밀집도가 높은 한국 실정을 고려해 실제 도입 내용은 미국의 제시카법과 다소 달라졌다.
법무부는 거주 제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성범죄자들의 주거가 불안정해져 노숙자로 전락함으로써 오히려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또 성범죄자들이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 도시로 몰려 치안의 지역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거주지 지정' 방식을 채택했다.
법무부는 "거주지 제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가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