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성격유형검사)가 이렇게 대중화되기 전까진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를 파악하는 지표로 혈액형이 활용됐다.
일부는 혈액형별로 성격 유형이나 특징이 나뉜다고 굳게 믿었고, 심지어 혈액형 궁합으로 연애·결혼 상대를 걸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구나 썸(?) 관계인 사이에 "혈액형이 뭐야?"라는 질문은 자연스레 오갔고, 요즘 유행하는 "너 T야?", "F야?"처럼 혈액형별 특징을 기반으로 한 "혹시 A형이야?", "너 B형이지?"라는 말이 두루 쓰였다.
지금은 더 분석적(?)이라는 MBTI의 등장에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전히 과학적·의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사람은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올해 2월 한 달간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15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혈액형별 성격 특성을 믿는다고 답했다.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57%(약 855명), '없다'고 한 사람은 43%(약 645명)였다. 여성(응답자 중 60%)이 남성(54%)보다 혈액형 성격설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여 년 전인 2002년 진행한 같은 조사(1500명 대상)에서 응답자 67%가 이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다고 한 것보다는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다수가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혈액형은 뭘까.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다고 한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혈액형'을 물은 결과, 'O형'(49%)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A형(19%) △B형(12%) △AB형(6%)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14%는 '특별히 좋아하는 혈액형이 없다'고 답했다.
과거 조사에서도 O형은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는데, 2012년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성격이 원만하다', '활발하다', '화끈하다'는 등 이유로 O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사람 중 64%는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혈액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36%만이 '혈액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19일 발표한 한국갤럽 측은 "ABO식 혈액형 분류법을 제창한 오스트리아 출신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며 "이후 지역별·인종별 혈액형 분포를 집계해 차별의 근거로 삼으려는 시도가 많았으나 모두 과학적 입증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속설과 함께 혈액형별 공부법, 건강법, 연애법 등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한국인은 이러한 혈액형 성격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지난 20여 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번 조사를 통해 알아봤다"며 "혈액형 성격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고 일각에서는 혈액형 성격설을 일종의 차별로 보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 내용은 과학적·의학적 자료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유념하시고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