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배구단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국전력이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져 배구단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이뉴스24가 2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전력 배구단 매각 내용은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제출된 자구책에 담겼다.
한국전력은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20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은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앞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본사 조직 축소 ▲소규모 지사를 거점 지사로 통합 ▲정원 감축에 따른 초과 현원 조기 해소 ▲희망퇴직 시행 등을 통해 조직·인력 효율화 추진 등을 자구책으로 밝혔다.
산자부에 제출된 자구책에는 위 내용 외에도 배구단 매각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의 자구책은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1945년 '남선전기'라는 이름으로 배구팀을 창단한 한국전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구단이다. 이후 합병되면서 1961년 한국전력 배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팀으로 주목받았다.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전력 팀이 대표팀으로 나가 값진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후 김철수, 이병희, 차승훈 등 노장들이 은퇴하며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주춤했지만 2021년 KOVO컵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약팀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때 한국전력은 부진했던 박철우를 백업으로 빼는 대신 외인 다우디와 박찬웅, 신영석, 서재덕, 이시몬 등을 주전으로 선택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 전략이 잘 먹히면서 팬들의 호응도 다시 얻었다. 오는 2024년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오산시에서 배구단 클럽하우스도 짓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배구단 매각을 추진하고 여의찮을 경우 해체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배구단 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배구단 1년 운영비는 한국전력의 하루 이자 비용 수준이다. 사실상 배구단 매각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미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구단 운영으로 잃는 부분보다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더욱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한국전력 내부 인사는 선수단과 클럽하우스를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화가 될 가능성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전력 배구단은 야구, 축구 등 많은 팀이 사라진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해체 위기를 극복하고 명맥을 유지해 왔다.
만약 한국전력의 배구단 매각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V리그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배구대표팀이 사상 첫 동반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한국배구연맹(KOVO)가 V리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배구단이 매각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