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가방으로 옆자리를 막아두고 임산부의 부탁을 무시한 중년 여성이 뭇매를 맞고 있다.
자리 양보가 의무는 아니지만 배려 없는 그의 행동은 여럿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은 18일 부산의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을 제보받아 소개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지하철을 탄 한 중년 여성은 빈 옆자리를 두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방 등을 그대로 옆에 놓았다. 짐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한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좌석까지 혼자서 두 자리를 몽땅 차지했다.
서서 가는 다른 승객이 앉으려 하자, 이 여성은 "여기 자리 있어요!"라며 가방을 치우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열차가 다섯 정거장 정도 이동한 뒤에야 멈췄다. 임산부 배려석에서 일어나 가방이 있던 자리로 여성이 옮겨 앉은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곧장 다른 중년 여성이 해당 자리를 차지했다. 알고 보니 나중에 탈 지인을 위해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둔 거였다.
'사건반장' 측은 "이런 행동도 사실은 공공질서에 어긋나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며 편히 앉아 이동하는 두 사람 옆에 한 임산부가 서 있었다고 전했다.
임산부 승객이 두 여성에게 "저 좀 앉아도 될까요?"라며 조심스럽게 양보를 부탁했으나, 이들은 끝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임신했어요?", "임산부예요?"라고 캐묻곤 별다른 조처 없이 웃으며 휴대전화만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배려받지 못한 임산부 승객은 서서 이동하다 다른 곳에 난 빈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해당 사연을 소개한 '사건반장' 진행자인 양원보 JTBC 기자는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이건 아니잖아요, 어르신들"이라며 씁쓸해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두 중년 여성의 행동에 쓴소리를 날렸다.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제가 다 부끄럽네요", "중년 여성도 교통약자일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임산부한테 양보해 주면 좋았을 텐데요", "요즘 보면 자기 불편한 건 조금도 못 견디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까울 뿐", "자리 가방으로 맡아둔 건... 진짜 아니라고 본다", "임산부가 자기 딸이었어도 저랬을까", "지하철에서 '여기 자리 있어요'가 가능해요??", "할 말 많지만 참겠습니다. 진짜 그러지 마세요", "부탁하면 들어주지 좀"이라고 반응했다.
한 네티즌은 "50대 초반입니다. 이런 영상 볼 때마다 곱게 나이 들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시들지만, 지혜가 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 나이의 값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숨 쉰 시간이 길고 입에 떠넣은 밥숟가락 숫자가 많다고 얻는 것이 나이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