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범 조선이 자신의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자마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는 지난 1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조선 공판에서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이 재생되자 조선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뒤 양손으로 이마를 쥐며 신음했다.
영상에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조선이 흉기를 뒤쪽에 숨기고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칼로 찌르고 쫓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칼을 든 조선이 나타나자 시민들이 기겁하며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다.
영상 후반부에서 조선은 경찰에게 체포되기 직전 "열심히 살았는데 X 같아서 죽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 재생 내내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허리를 숙였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길 반복하던 그는 혼잣말하며 손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애초 조선이 차고 있던 수갑을 풀도록 했으나 조선의 반응이 격해지자 다시 착용을 명령했다.
검찰은 범행 경위에 참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조선이 평소 즐겼던 게임 장면도 재생했다. 칼로 찌르는 게임 속 행위가 범행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은 게임 영상이 재생될 때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다만 중간중간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힐끗힐끗 바라보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 유족들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족들은 조선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망한 피해자 가족은 "유일한 형이 이 일로 세상을 떠나게 돼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최대한 큰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조선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돌발 행동을 했다.
검찰 단계에서 조선을 정신 감정한 심리 분석관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조선의 지능지수를 경계선 지능인 75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신 상태가 와해했다고 의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 측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정신 감정을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조선 측의 요구에 의구심을 표했으나 재판 말미에 이를 수용해 정신감정 촉탁을 의뢰하겠다고 했다.
조선은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지나가던 행인에게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그는 범행을 위해 금천구에 있는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뒤 택시에 무임 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유튜브를 언급하며 '게이 같다'는 글을 게시해 모욕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