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장녀 서민정(전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씨가 재혼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이 딸이 재혼한다는 사실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알파경제가 10일 보도했다.
매체는 서 회장이 서씨에게 재혼을 강행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후계자 자리는 물론 회사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집안을 떠나라고 요구했지만 서씨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재혼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버지가 극구 재혼을 반대하자 서씨는 지난 7월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하는 형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서씨는 지난 6월 이니스프리 지분 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하면서 3대 주주가 되는 형태로 후계자 자리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서씨로부터 받은 이니스프리 주식을 다시 이니스프리에 팔아 557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아울러 이니스프리는 주주 환원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재계는 이니스프리 해명에 고개를 갸웃했다. 비상장사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는 것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기에 주가가 상승한다.
반면 비상장사의 경우 거래량이 없거나 적어 자사주 매입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서씨가 지분을 기부함에 따라 이니스프리 지분 구조는 아모레퍼시픽그룹 81.82%, 서씨 8.68%, 자사주 9.5% 등으로 바뀌었다.
한편 서 회장은 지난 5월 차녀 서호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67만 2000주와 우선주 172만 8000주를 증여했다. 해당 증여로 직전 0.13%에 불과했던 서호정 씨의 지분은 2.63%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서 회장이 후계자를 차녀로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알파경제에 따르면 서씨는 글로벌물류 및 블록체인 물류기업 델레오의 은현빈 대표이사와 재혼한다.
앞서 서씨는 2020년 10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씨와 결혼한 바 있다. 두 사람의 혼인은 아모레퍼시픽과 범삼성가 보광그룹과의 혼맥으로 화제를 모았다. 홍석준 회장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남동생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혼 8개월 만에 합의 이혼했다.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은 서 회장이 전 사위인 홍씨에게 증여한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10만주를 회수하면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