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원 “착했던 딸이 '우린 왜 거지 같이 가난하냐'고 버럭하더라, 완전 멘붕이다”

2023-10-06 15:43

“착실하게 모아 경기 광주에 아파트 장만”
“하나 있는 딸 웬만큼 다 해주면서 키웠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이 '우리 집은 왜 이리 가난하냐'고 버럭한 딸 때문에 상처받은 일화가 전해졌다.

갈등 중인 부녀 (참고 사진) / Peter Austin-shutterstock.com
갈등 중인 부녀 (참고 사진) / Peter Austin-shutterstock.com

대한민국 재계 서열 39위(2022년 기준) 게임사인 넥슨에 재직 중인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우린 왜 이리 가난하냐는 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멘붕이다.

나름대로 착실하게 모아서 결혼 후 경기 광주에 아파트 장만하고, 딸 하나 있는 거 웬만큼 다 해주면서 키웠다.

딸이 크니까 분당으로 학원 다니더라. 분당에서 학원 다니며 보고 듣는 게 있었겠지.

어느 순간 학원을 좀 많이 다니기 시작하더라.

중3인 딸의 학원비가 100만원을 돌파한 순간, (배우자에게) 이 정도 선에서 잘 운용해 보라고 말했다. 한 군데를 끊고 다른 델 다니든지 100만원은 넘지 않는 선에서 운용해 보라고 한 거다.

대체로 착하게 자란 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들은 200만원 이상 학원 다니는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거지 같이 가난한 거냐'고 버럭하더라.

물론 학업 스트레스와 순간의 짜증으로 그런 걸 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멘붕이다.

가난은 상대적인 것인데, 내가 아이를 잘못 기른 것인가.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난 우리 가정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아이를 키우기엔 가난한 가정인 것인가...

해당 사연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상대적 박탈감 및 비교 문화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들은 "나도 이 글 보고 상처 입었네. 난 대체 뭐가 되냐" "잠실 살던 사람이 내게 한 얘기랑 똑같네. 어렸을 땐 자기보다 잘 사는 사람들 보고 가난한 줄 알았대" "넥슨 직원이 저러니 정말 슬프다" "어려운 문제네. 그냥 사춘기 반항이라 생각하고 이해해 줘야 할 듯" "남들 가지고 있는 거 나도 무작정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중3이 진짜 가난을 모를 리는 없어요. 또래에 좌우되는 나이니까 그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을 것 같네요. 딸이 밖으로 말한 것만 생각하시지 마시고, 그 결론이 나오게 된 과정들을 들어 보고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