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한 북한 선수들을 빵 터지게 만든 한국 역도 동메달리스트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의 수상 소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수현은 지난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105㎏, 용상 138㎏, 합계 243㎏을 들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중반, 실격 판정으로 위기를 맞았던 김수현은 판정 번복 끝에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앞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김수현은 동메달이 확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김수현의 어머니와 남자친구인 가라테 국가대표 피재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김수현은 이날 경기 직후 북한 금메달리스트 송국향, 은메달리스트 정춘희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금메달을 차지한 송국향은 근엄한 표정으로 "오늘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다. 정말 아쉽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춘희도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한다"며 "중국 선수가 빨리 나아서,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랴오구이팡은 인상 경기 중 다쳐 용상을 포기했다. 북한 선수들이 나란히 중국 선수를 언급한 만큼, 김수현이 아닌 중국의 랴오구이팡이 시상대에 오르길 바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동메달리스트 김수현은 해맑은 인터뷰로 진지한 북한 선수들의 표정을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예상 못 한 김수현의 소감에 송국향과 정춘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김수현이 "내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다.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칭찬하자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2012·2016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림정심은 2019년 합계 278kg이라는 세계 기록을 세운 북한 역도 간판 선수다.
김수현의 소감에 잠시 표정이 풀렸던 북한 선수들은 곧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북한 역도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부 5체급 금메달을 휩쓴 비결을 묻자 송국향은 울컥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과 믿음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오직 이 한 가지 생각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주고 마음을 합쳐준 덕분이며 고마운 스승들의 덕분"이라고 답했다.
2019년 세계 선수권 이후 4년 만에 국제 무대에 나선 북한 역도는 5일까지 금메달 5개를 휩쓸며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