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위키트리] 황태진 기자 = 휴대폰 뒷면에는 인덕션처럼 카메라 렌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사용되는 렌즈가 다르고, 매번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렌즈가 필요하다.
렌즈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카메라의 성능은 좋아질지 몰라도 디자인은 포기해야 한다.
하나의 렌즈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는 메타물질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 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인공지능대학원 트레본 배드로(Trevon Badloe) 씨,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성준화 씨 연구팀은 하나의 메타렌즈로 초점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 · 재료 ·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에 게재됐다.
나노미터(nm) 크기의 인공 구조체인 메타렌즈는 다양한 빛의 특성을 제어하고, 기존 렌즈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광학 소자다.
광학 기기의 소형화 추세에 따라 이러한 특성을 가진 메타렌즈가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 들어 여러 기능을 하나의 메타렌즈에 담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메타렌즈를 구성하는 구조체 설계 방법에 변화를 주었다.
구조체의 너비와 길이 등을 조절해 입사 · 투과되는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초점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렌즈를 설계한 것이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설계 방법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렌즈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렌즈는 빛이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초점의 위치를 변화시켰다.
일반적인 메타렌즈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빛을 굴절시켜 왼쪽 또는 오른쪽 위치에 초점을 모으거나 도넛 모양으로 이미지의 초점을 맞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 렌즈의 한계를 넘어 하나의 렌즈로 초점 위치를 다양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며, “카이랄 생체 분자 이미징이나 광학 컴퓨팅,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