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용인시 한 고교 60대 체육 교사가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 50대 교사가 비슷한 사유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50대 교사 최 모씨는 2019년 10월 담임을 맡고 있던 6학년 학급에서 학생과 외부 강사 간에 발생한 문제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최 교사는 이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20년 3월 16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용인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연극 수업 외부 강사인 A씨는 학생 B군이 자리에 앉지 않자 B군의 멱살을 잡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B군의 학부모는 A씨가 욕설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당시 작성한 기소 의견서에는 해당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다. 최 교사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
B군의 부모는 담임인 최 교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고소하겠다고 겁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최 교사와 평소 가까웠던 동료 교사는 매체에 “학부모가 연극강사를 아동학대(폭력) 혐의로 고소했는데, 나중에 ‘담임교사는 그때 뭐 하고 있었느냐, 왜 같이 있지 않았냐’며 최 선생님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고소 운운하며 협박했다”고 전했다.
이 동료 교사는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최 선생님에게 불안증세가 생겨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고 직접 들었다”며 “최 선생님 죽음은 명백히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서 사망한 순직사고”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용인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한 최 교사는 더 이상 담임을 맡지 못하겠다며 교과전담교사를 학교 측에 신청했다. 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일을 포함해 최 교사의 사정을 듣고도 학교에서는 임산부 교사 등 먼저 배려해야 하는 교사가 있다며 4학년 학급 담임을 배정했다. 직후 최 교사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자택에서 발견된 최 교사의 개인 노트에는 연극강사의 아동학대 사건 이후 교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위장병 등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 교사의 유족 역시 경찰에 “연극강사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울증까지 와서 병가를 냈다가 해결이 안 돼 휴직 중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3일 정년을 1년 앞둔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체육 교사가 한 달간 8차례나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월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눈 부위를 다치는 사고와 관련,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당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