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폭행해 숨지게 한 남편… 결국 남편이 받은 판결 (의정부)

2023-10-03 11:20

치매약 먹이려다 폭행

글에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사진 자료.
글에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사진 자료.

치매를 앓는 아내가 약을 먹기 싫다며 화를 내자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12일 오후 9시께 노부부인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다툼을 벌였다.

70대인 B씨는 사건 발생 2년 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후 기억력이 나빠지고 죽은 올케의 이름을 부르는 등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였다.

실종 사건 치매 할머니·노인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실종 사건 치매 할머니·노인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A씨는 이런 아내를 간호하며 돌보고 있었다.

다툼이 벌어진 날, A씨는 아내에게 치매약을 먹으라고 했는데 아내가 "나는 건강한데 왜 치매약을 먹으라고 하느냐?"며 화를 내고 밥주걱으로 A씨의 손목을 내려쳤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이에 격분해 B씨를 폭행했다.

이후 B씨는 오후 9시 20분께 홀로 집 밖으로 나간 후 실종됐다. 실종 신고를 받은 당국은 6일이 지난 18일 집에서 약 1.6km 떨어진 하천에서 물에 빠져 숨져있는 B씨를 발견했다.

B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두부손상(급성 경막하출혈 및 뇌지주막하 출혈)이었다. 경찰은 실종신고 당시 "아내를 때렸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검거했다.

A씨의 변호인은 B씨가 하천 위 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부검 때 몸에서 검출된 플랑크톤과 물이끼 등 상태 등을 봤을 때 폭행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재판부는 봤다.

또, 집을 나서며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속 B씨의 얼굴에 멍 자국이 있고, 갈비뼈를 부여잡고 비틀거린 점 등을 토대로 A씨의 폭행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했으며 오랫동안 B씨를 돌봐온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조영기 부장판사)는 "치매를 앓는 피해자에게 약을 먹이려다 피해자가 순순히 응하지 않자 충동적으로 폭행했는데 고되고 긴 간병 기간 중 우발적으로 범행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요양 보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등 오랜 기간 피해자 곁에서 병간호하고 돌본 점,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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