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시에서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일부 가족에게서 타살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범인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송파동,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29분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40대 여성 오모 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숨진 오 씨의 동선을 추적하던 중 송파동 소재 빌라에서 오 씨의 남편 함모 씨와 시어머니, 시누이 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 씨는 지난 22일 초등학생 딸과 함께 경기 김포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가 이튿날 오전 혼자 빠져나와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초등학생 딸은 23일 경기 김포의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추락한 오 씨를 제외한 가족 4명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2명에게서 타살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딸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됐다. 오 씨 시어머니의 사인 역시 '경부압박질식사'로 판명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목 부위에 외력이 가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남편과 시누이는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전했다.
경찰은 국과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오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딸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가족은 남편 또는 시누이가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또 경찰은 빌라에서 발견된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는 오 씨보다 하루 앞선 22일쯤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에서는 함 씨와 시누이가 각각 작성한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채무·채권 문제로 인한 금전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숨진 오 씨가 사망 직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하지만 남편은 당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극단적 선택을 논의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오 씨가 사망 당시까지 남편과 시누이, 시어머니가 숨진 사실을 몰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남편의 유족들은 "오 씨가 남편과 시누이를 속여 오랜 기간 수억 원 대의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씨는 지난 6월 2억 7000만 원대 사기 혐의로 지인들에게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경찰은 일가족 사망에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이 없고, 외상 등 특이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약독물 검사 등 최종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판단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