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를 맞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풀려났다.
이날 오전 3시 49분쯤 이 대표는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현장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 150여 명이 일제히 "이재명"을 연호하며 기뻐했다.
이 대표는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탑승했다가 몇 분 뒤 차에서 내렸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전날 오전부터 장시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대기한 탓에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소감을 묻는 물음에 "인권의 최후 보루를 증명해 준 사법부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입을 뗐다. 그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 먼저 감사드린다.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 모레는 즐거워해 마땅한 추석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 민생의 현안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 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앞으로 수사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 등 이어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이 대표는 단식 회복 치료를 받던 녹색병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앞엔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서은숙 최고위원과 조정식 사무총장, 천준호 비서실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마중 나온 지도부와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고 최고위원에게 "정말 고생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최고위원과 서 최고위원 등은 하늘을 응시한 채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영장심사를 진행한 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2시 23분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자 지지자들은 "이럴 줄 알았다" 등의 발언을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조선일보 등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