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을 확정받고 수감돼 있던 흉악범들이 서울구치소에 싹 모였다. 서울구치소는 전국에 있는 교정기관 중 유일하게 사형 집행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이다.
법무부가 유영철, 정형구 등 사형수 2명을 최근 서울구치소로 이감한 사실이 조선일보를 통해 25일 전해졌다.
두 사람은 미집행 사형수로 대구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유영철은 2005년 사형 판결을 받고 18년 넘게, 2000년 사형 선고가 내려진 정형구는 24년째 이곳에 수감돼 있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번 이감 조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 이감 사유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으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교도소는 올해 말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새로 이전하는 곳엔 사형 집행 시설을 만들 계획이 없는 탓에 서울구치소로 옮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전국 교정기관 중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전교도소, 대구교도소 등 4곳인데, 지난달 한 장관의 지시로 시설 점검을 한 결과, 실질적으로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은 서울구치소뿐이었다. 한 장관은 시설 점검을 지시하면서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상황이니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 장관의 지시를 두고 일각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사형 집행을 집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법무부는 사형 집행을 전제로 한 지시로 보긴 이르다는 입장을 조선일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점검 이후 유일하게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으로 확인된 서울구치소로 사형수 2명을 이감하자, 법조계에선 형 집행 신호를 또다시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호순, 정두영, 유영철, 정형구 등 사형수가 서울구치소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측은 "(유영철 등 이감은)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였다"며 형 집행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미집행 사형수는 5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