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의 선물처럼 느껴져요. 훌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정상에 오른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의 얼굴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눈망울은 촉촉했고 입가와 눈가에는 미소가 완연했다.
2전 3기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는 성취감보다도 국가대표 생활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이 더 큰 듯했다.
그는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2회 연속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에 그쳤었다.
최인정은 시상식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만족감보다는 제가 해내야 할 몫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면서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입에 올렸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려고 한다"고 못 박으며 "올림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후배들이 제가 못다 이룬 금메달을 따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인정은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개인전에선 입상하지 못했다.
그는 "2010년부터 13년 동안 3번의 아시안게임, 3번의 올림픽을 뛰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만족하는 경기도 많았고 보람찬 경기도 많았다"고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러면서 "딱히 은퇴 이유는 없다. 이쯤 되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물러나는 게 맞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며 "이번 금메달이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의 선물처럼 느껴져 훌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서 언니의 말을 듣던 은메달리스트 송세라도 감정이 살짝 북받친 모습이었다.
송세라는 자신의 뒤를 부탁하는 최인정에 대해 "언니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운이 오지 않을까요"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인정은 이날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송세라(30·부산광역시청)를 연장 접전 끝에 9-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