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성추행'이라고 난리 났던 결혼지옥 부부 결국 이혼, 고통 전했다

2023-09-19 19:37

아이 엄마 박 씨, 정신과 치료 받는 중
“그동안 산 채로 매장당해 지내왔다”

'결혼지옥'에서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의 아내가 직접 심경을 밝혔다.

19일 국민일보는 40대 여성 박 모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남편 길 모 씨, 딸과 함께 출연했다. 길 씨에게 딸은 혈연으로 따지면 의붓딸이었다. 박 씨가 재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에서 길 씨가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일부 나왔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이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이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수천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오은영 박사는 "성추행을 방조한 게 아니다"라며 해명까지 했다. 길 씨는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길 씨는 9개월간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 매개, 성희롱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길 씨에 대해 증거불층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도 지난 5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길 씨의 장난 정도가 지나쳤지만 전반적인 방송영상으로 봤을 때 추행하거나 학대하려는 의사는 없다고 보인다”며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길 씨가 급하게 ‘친아빠’ 지위를 얻으려는 생각에 격의없이 대한다는 게 과한 표현이 됐다”고 판단했다.

녹화 이후 두 차례 실시한 아이의 종합심리검사에서도 학대를 나타내는 결과는 없었다고 한다.

길 씨가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 씨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항상 딸과 외출할 때는 항상 마스크를 쓴다.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서도 그랬다. 그는 “아이에게 혹시 해가 될까 봐 당당히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부를 향해 “친모가 아이를 소아성애자 계부에게 헌납했다” “이혼 안 할 거면 차라리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라” 등의 힐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결국 박 씨와 길 씨는 지난 2월 헤어졌다.

박 씨는 “양육 방식에 갈등을 빚던 우리 부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람들은 아이를 걱정하는 척하며 재혼가정에 대한 편견을 더해 새아빠와 의붓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박씨는 직장에서도 곤란한 처지가 됐다. 회사에선 “딸을 방임한 사람이 어떻게 인권 관련 강의를 하고 상담을 하겠냐”며 시말서를 요구했다.

박 씨는 방송 이후 대인 기피증과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산 채로 매장당해 지내왔다”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었지만, 이미 등을 돌린 사람들은 무혐의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우리 아이에게 ‘불쌍한 아이’ ‘가해자의 자녀’ 등의 꼬리표가 붙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