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남의 차 훔쳐 탄 광주 경찰, '블랙 아웃' 주장하더니 이런 최후 맞았다

2023-09-19 12:19

지난 4월 광주에서 벌어진 일
술 취해 남의 차 훔친 경찰 '벌금형'

만취한 상태로 다른 사람의 차를 훔쳐 탔다가 제복을 벗게 된 경찰관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광주지방법원 형사5단독(부장판사 김효진)은 절도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이었던 A 씨는 지난 4월 21일 오후 10시 30분쯤 광주 북구 용봉동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도로에 주차돼 있던 타인 소유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훔쳐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음주 사실이 확인됐으나, 시간이 지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불가해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A 씨는 당시 만취한 상태였으며, 훔친 차를 운전해 약 847m 정도 이동한 뒤 길가에 주차했다.

자신의 차량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차주는 경찰에 이를 신고하고, 다음 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위치를 파악해 회수했다.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 자료 사진 / 뉴스1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 자료 사진 / 뉴스1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내 차로 착각했다", "차량을 운전한 사실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기는 '블랙 아웃'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 소유 차량과 그가 훔쳐 탄 차량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착각이 들 정도로 유사한 점을 발견하지 못해 절도에 고의가 있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의 차량과 차종, 주차 위치 등이 전혀 달라 오인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며 "술에 취해 기억을 못 하는 것만으로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 공무원 신분으로 절도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는 해당 사건으로 직위에서 해제됐다가 징계 심의위원회를 거쳐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해임은 중징계(배제 징계) 중 하나로, A 씨는 이에 따라 경찰관 신분이 박탈됐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