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수근이를 못 잡았어.." 해병대 어머니 입장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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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고백에 기자회견까지 연 병장 어머니
"병사들은 그저 당신들의 무사안일,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습니까?"
고 채수근 상병과 같은 부대 소속 A 병장의 어머니가 나섰다.

13일 A 병장 어머니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머니는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이 대한민국을 바로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어머니는 "임 사단장이 우리 아들들에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 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어머니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해병대 실종자 수색 사건 생존 피해자 어머니 입장문
참담하고 한편으론 몹시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아들이 온 가족의 걱정을 안고 입대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늘 밝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혹여 기차역 주변의 노숙자들을 보더라도 나중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아이였습니다.
고등학교도 특성화고의 보건간호학과를 선택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가져왔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대학도 소방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급기야는 입대전 코로나19 민간파견인력으로 자원해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는 일까지 하며 걱정과 자랑스러움을 한번에 주던 아들이었습니다. 해병대에 지원한 이유도 후일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을 하기 위해서 좀 더 유리한 조건이라며 가족을 설득했습니다.
그 힘든 해병대 훈련소 생활을 극기 주까지 무사히 마치고 첫 면회에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달고 팔각모를 쓴 채 거수경례를 하던 자부심 넘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해병대 진지로 파견을 갔을 때는 방사능 걱정을 하는 저에게 “엄마, 내가 지금 여길 안 지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어” 라는 말도 했었지요
이후에도 휴가를 나오면 해병부심으로 가득찬 아들과의 대화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이었습니다. 남들은 한 번도 가고싶지 않다는 군대를 “엄마, 나 해병대 부사관에 지원해볼까? 아니면 학교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가 되는건 어때?” 하기도 했고 친구들에게도 타군가지말고 해병대 지원하라며 독려하던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고이후 이런 대화는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신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으로 돌아온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울음은 “엄마, 내가 수근이를 못잡았어..” 였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날 이후 즉시 외박이 안돼면 영내면회라도 신청하려 했지만 신청도 안됐을뿐더러 제 아들녀석도 “엄마, 수근이를 먼저 잘 보내주고 싶어요” 라며 면회를 오지 말라는 말을 하더군요.
사고 이후 아들을 처음 볼 수 있었던건 17일이 지난 8월 4일입니다. 늘 잠꾸러기 였던 제 아들은 집에 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땀을 뻘뻘흘리다 깨기도 하고 울면서 깨기도 했습니다.
사고 이후 저는 제가 가진 모든걸 동원해 그 사고에서 생존해 돌아온 모든 아들들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여기저기 했습니다. 그러나 들리는 말은 사령관이 생존장병을 모아놓고 했다는 말이 사과가 아니라 힘들겠지만 수근이는 잊지 말돼 언제든 전투가 가능하게끔 준비하라고 했다더군요. 정작 입수명령을 내렸던 사단장은 현장에서 포병대대가 제일 문제라며 잔뜩 혼을 낸 이후로는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영주댐과 안동댐에서 수문을 열고 초당 45톤씩의 물을 방류 하고 있었다는 기막힌 뉴스를 접하고서 이 사고는 더이상 사고라고도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인미수에 가까운 일 아닌가요? 그렇게 해병대의 위상을 세우고 싶었다면 사단장은 현장에 몸소 들어가 모범을 보였어야 했던 것 아닌가요?
저는 제 아들을 사회에 내보내기 위해 본인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워 왔습니다. 잘한 일에 겸손하라 가르쳤고 화를 내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쳤고 잘못한 일에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명예라 가르쳤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던 그것을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나중에는 더 큰 문제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선현의 가르침도 알려 주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해병대가 저의 생각과 같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에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낍니다. 제가 이럴진대 정작 당사자인 제 아들과 함께한 대원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마따나 길가다 마주치는 해병출신들은 서로를 모르더라도 형제처럼 서로를 대해줍니다. 하물며 함께 생활하던 형제를 잃은 아이들에게 해병대는 무엇을 해주고 있습니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성근 해병 제1사단 사단장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지난 7월 19일 수해복구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당신들의 무사안일,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습니까?
돌아오지 못하는 채수근 상병과 그 복구작전인지 몰살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되었던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입니다. 제 아들들 모두 정상으로 돌려 놓으십시오.
대한민국의 장성이라는 분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현재 군에 있는 장병들과 앞으로 군에 갈 아들들 모두에게 불신만 줄 따름입니다. 지휘관을 믿지 못하는 군이 대한민국을 바로 지킬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심장이 뜯겨져 나가는 분노를 표하며 해병 제1사단 사단장 임성근을 고발합니다. 이미 당신이 제 아들들한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이제 수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며 해병대의 본 모습을 바로잡으시길 바랍니다. 모든 해병들과 제 아들이 명예로운 해병대원으로 전역할 수 있도록 하셔야 할 겁니다.
국민여러분, 제 아들과 당시 투입된 대원들 대부분이 아직 군에 남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몹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나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서 호소 드립니다.
지금 제 아들들을 지켜 주실 분들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 뿐입니다.
부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우리의 아들들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시선을 모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