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9살 아들을 유기하며 '좋은 곳에서 자라달라'라는 편지를 남긴 중국인이 구속됐다.
제주경찰청은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30대 중국인 남성 A씨를 지난 1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소식은 8일 제주의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달 25일 오전 8시께였다. 만 9세 B군이 아버지 A씨가 남긴 편지와 함께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에 버려졌다는 내용이다.
신고자는 서귀포시청 관계자였다. 그는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이가 아빠를 찾는 모습을 보고 112에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B군은 A씨와 공원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A씨가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A씨가 남긴 편지에는 영어로 '아이에게 미안하다. 중국보다 환경이 나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A씨를 추적해 다음 날 서귀포시의 한 도로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관광목적으로 입도해 미등록 신분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아이를 유기할 목적으로 입도했다"라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중국 산둥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내 없이 B군을 돌봤다. 그는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키울 사정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유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은 어렵게 자라고 생활이 변변치 않지만 아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다고도 했다.
A씨가 먼 중국에서 한국 제주까지 와 아이를 유기한 이유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 경북 청도에서 일하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키웠다. 이에 B군이 자국의 아동보호시설보다 한국에 보내지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A씨는 입도 전 중국에서부터 B군에게 한국에 가는 이유를 밝혔다. B군은 "굶어 죽더라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A씨는 지난달 14일 B군을 데리고 상하이 푸둥공항을 통해 제주에 왔다.
이들은 3박 4일 동안 제주시 내 한 호텔에서 묵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서귀포시로 넘어와 공원을 떠돌았다. 이들 부자는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공원에서 하루 한 끼를 먹으며 노숙했다. 그마저도 빵이나 국수가 전부였다.
이후 노숙한 지 8일 차가 되던 지난달 25일, A씨는 곤히 잠든 B군 옆에 짐가방과 편지를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B군은 잠에서 깬 뒤 아버지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대성통곡했다. 이전부터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진짜로 믿지는 않았다고 한다.
결국 A씨는 범행 하루 만에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 제주시 지역에서 일자리를 알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도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B군은 주제주 중국총영사관과 서귀포시청, 경찰 등의 도움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인계돼 지난 7일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