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유동 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흉기 난동'으로 오인해 대피하는 소동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이는 강력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8시 22분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연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던 외선순환 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고 있다"는 112 신고가 빗발쳤다.
열차 안에서 나온 비명을 듣고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줄 오인한 다른 승객들은 한꺼번에 출입문 쪽으로 몰리면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가 을지로4가역에 정차하자마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는 과정에서 4명이 다쳤고 1명은 경미한 부상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피 소동이 벌어진 2호선 열차는 을지로4가역에서 6분가량 정차했다.
당일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는 "칼부림 범죄가 난 줄 알았다", "사람들이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자와 같이 내렸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지난 5일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승강장에서 5일 오후 6시 20분 20대 남성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을 추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들은 흉기 난동이 벌어진 줄 오인해 대피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주변 시민들이 범인을 뒤쫓는 것을 칼부림 사건으로 오해한 것이다.
지난달 24일에 지하철 9호선 열차 안에서 한 외국인 승객이 쓰러지자, 승객들이 칼부림으로 오인해 대피했다.
이틀 뒤에는 1호선 열차 안에서 흉기를 소지한 승객이 있다는 오인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대해 "(무작정 대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시에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범죄, 부상자 발생 등 지하철 내 긴급상황 발생 시 이용객 안전 확보와 함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 방법을 소개했다.
지하철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전동차와 역사 내 마련된 비상 호출장치 또는 전화·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원에게 그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비상호출장치는 통상적으로 한 칸의 양쪽 끝 출입문 옆에 각 1개씩 부착돼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이 장치로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승무원과 즉시 통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역과 전동차 내외를 가리지 않고 곧바로 신고하는 방법으로는 공사 고객센터(1577-1234, 전화 및 문자 가능)와 스마트폰 앱 '또타지하철' 내 '긴급민원' 기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