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용인 60대 교사, 유족 증언에 억장이 무너진다

2023-09-04 20:58

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택한 60대 체육 교사
유족 “고소당하자 충격...34년 자긍심 무너지셨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60대 고등학교 교사 A씨의 유족이 원통함을 호소했다.

4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앞에 학부모로부터 피소된 뒤 극단선택으로 숨진 60대 체육교사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4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앞에 학부모로부터 피소된 뒤 극단선택으로 숨진 60대 체육교사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등산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수업 중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교육 당국의 감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주변에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졌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정년을 1년 남기고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눈을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피해 학생 학부모는 관할 교육청에 A씨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요청해 감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 학부모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경찰은 A씨 휴대전화의 포렌식을 진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인의 빈소가 있는 경기 용인시의 장례식장에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A씨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학부모 민원과 뒤따르는 경찰 고소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A씨 유가족은 "토요일 아침에 집을 나선 후 연락이 되지 않아 이튿날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경찰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얼마 전부터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이어 "퇴직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간 (교직 생활을)잘해왔던 것만 생각하시고 이겨내 보자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결정을 하시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신고 받고 경찰 조사도 받아야 한다는 게 본인으로는 충격이 많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4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앞에 마련된 체육교사 A씨의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3일 체육교사 A씨가 학부모로부터 피소된 뒤 극단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뉴스1
4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앞에 마련된 체육교사 A씨의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3일 체육교사 A씨가 학부모로부터 피소된 뒤 극단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뉴스1

그러면서 "34년 교직 생활의 자긍심이 무너진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자괴감 같은 게 너무 커서(그렇다고 한다)"라며 "고인은 아무리 배탈 때문이었어도 (수업 중)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죄책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형사 사건을 알게 된 후 (심리적 고통이)더 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고인이 (수업 중 자리를 비운 행위가)잘했다곤 생각하지 않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다"라며 "학교에서 경고 조처를 내렸지만 피해 학부모 측에선 이것이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했다.

최근 지난 7월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 이후 교권침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전국 각 지역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고 이름 붙인 이날 서울 등 지역별로 교사들의 연가·병가로 단축수업이나 합반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