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반응 폭발한 커뮤니티 '논란' 글

2023-09-04 14:11

디시인사이드 초등교육 갤러리에 올라온 긴 글
“진작 공유했으면 모두가 편해졌을 텐데…”

온라인에서 반응이 폭발환 커뮤니티 글 하나가 있다. 이 글 작성자는 자신을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고 소개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현직]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라는 제목으로 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초등교육 갤러리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현직]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라는 제목으로 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초등교육 갤러리

지난 9월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는 '[현직]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초등교사다'라는 제목으로 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 A 씨는 "나는 민원 아예 없는 완벽한 교사다. 업무도 잘한다고 소문났고 학급 운영도 잘한다고 소문났다"며 "학교에서 가장 민원 많고 문제아들 많은 학년에 내가 간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1년 지나가고 학생 학부모 관리자 모두가 만족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는 업무도 항상 가장 어려운 업무를 한다. 업무부장에 학년부장, 학폭 등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들을 도맡아 해왔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해질 수 있었는지, 진작에 공유했으면 모두가 편해졌을 걸 하는 마음이 들어 지금이라도 글을 쓴다"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그는 첫 발령 당시에는 신규 교사답게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후 A 씨는 교사 일을 경험하면서 바뀐 생각과 태도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을 추모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을 추모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다음은 교직 생활 동안 바뀐 A 씨의 생각과 태도들이다.

1.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했다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는 민원을 맞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안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2. 숙제도 많이 내고 일기도 매일 쓰게 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 있으면 나머지 공부까지 시켰다가 학원공부에 지장 있다는 민원을 맞았다.

나는 일기와 숙제, 나머지 공부를 시키지 않게 되었다.

3. 몇몇 아이들 보상으로 남겨서 간식도 사주고 남아서 놀기도 했다가 선생님이 몇몇 학생만 편애한다는 민원을 맞았다.

나는 모든 아이를 공정하게 대하기 위해 하교시간에 모든 아이들을 칼같이 하교시키게 되었다.

4. 내 월급으로 반 전체 피자도 돌렸다. 수업시간에 떡볶이 화채 빙수 샌드위치 등등 요리도 해 먹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쩔 거냐는 민원을 맞았다.

나는 교실에서 그 어떤 간식을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5. 계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어서 '매뉴얼'대로 신고를 했다가 내가 신고했다는 것이 알려지고, 학생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생난리를 쳤다. 심지어 이 경우 학생 아빠가 안 계신 상황이라 2달, 3달 동안 학생 데리고 교육을 내가 다니고 경찰서도 2번이나 가서 진술서를 썼다. 그 과정에서 그 어머니랑 계속 연락하는 건 덤.

아동학대 신고를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6. 학생 어머니 전화를 받았는데 1시간 동안 계속 학교에 서운하다느니 등 뜬구름 같은 소리만 하길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니까 화내고 전화를 끊더니 교무실로 전화해서 다음날 학생 아버지와 교장실로 오겠다고 하는 둥 난리를 쳤다.

나는 학부모 상담에서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만 해주게 되었다. ex) 잘하고 있습니다. 교우 관계 좋습니다. 수업 태도 좋습니다.

7. 위 학부모가 나를 아동학대로 고소를 했다. 고소 사유는 내가 아이를 윽박질렀다고. (이 사건에 대해) 쓰려면 너무 길어져서 못 쓰는데 결과는 정말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게 되었다.

8. 교실에서 맨날 소리 지르고 다른 애들에게 욕하고 수업 시간에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였다.

나는 수업을 적게 하고 노는 시간을 대폭 늘리게 되었다.

9. 금쪽이의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았다. 나는 아무 것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안 하는 학생들에게 뭔 가를 시키지 않게 되었다.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 / 뉴스1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 / 뉴스1

A 씨는 "지금의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숙제? 일기? 나머지 공부? 절대 없다.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준다. 애들이 싫어하면 절대 안 한다. 학부모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행발(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무조건 좋은 말만 적는다"며 "1년 동안 피구 맨날 하고 보드게임 맨날 한다. 내가 엄하게 지도하는 경우는 두 개뿐. 싸우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만. 나머지는 웃으면서 기분 안 나쁘게 말로 지도하고 끝낸다. 수업 시간에 떠들지 않고 딴 짓 하면 내버려둔다. 시킬 수가 없다. 청소? 안 시킨다. 내가 혼자 한지 몇 년 됐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어 "가끔 특수한 민원 제외, 내 지도 관련해서는 민원 안 들어온 지 몇 년 됐다. 아이들 노는 시간에 업무 하면 남들 4~5배는 할 수 있다. 왜냐면 오전에도 업무 가능하고 오후에도 안 힘들어서 업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학교에서는 학급 관리 잘하고 학부모와 관계 좋고 업무 잘하는 완벽한 교사다. 지금도 학년 부장에 업무 부장 겸임하고 있다. 작년 최고 문제 학년 맡았는데 단 한번도 사건 사고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을 추모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을 추모하는 손펫말을 들고 있다. / 뉴스1

이 글은 에펨코리아, 더쿠, 개드립, 뽐뿌, 82cook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다수는 해당 글 작성자 말에 크게 공감하며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비참한 공교육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일부는 본인 편하려고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성스럽게도 써 놨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경북 포항시 경북도교육청문화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경북 포항시 경북도교육청문화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 뉴스1
home 권미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