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생이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주운 고장 난 선풍기를 음성 명령을 통해 바람 세기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선풍기’로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서울대 공대생이 헤드 경첩이 망가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선풍기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는 과정을 X(옛 트위터)에 게재했다.
그는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선풍기를 주웠다. 어댑터로 충전해 작동하는 무선 스탠드 선풍기였다. 선풍기 날개는 돌아갔지만 선풍기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바람 각도를 조절하는 경첩 부위 플라스틱이 깨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첩 부위가 선풍기 헤드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느라 접착제를 이용해 깨진 부위를 붙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잘못된 설계로 만든 제품이라고 판단한 서울대 공대생은 각도 조절이 안 되도록 아예 고정해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대 공대생은 어댑터를 주문하고 경첩 부위를 지지할 부품을 설계했다. 선풍기 목 아래 부위를 원기둥 모양으로 받치는 부품이었다. 플라스틱 스레스 인서트(Threaded insert)를 사용해 반원 두 개가 서로 조이도록 해 부품을 만들었다. 경첩에 힘이 없어서 고개를 숙이는 증상은 바람이 수평으로 불도록 ‘목 깁스’를 함으로써 해결했다. 드디어 문제를 해결해 선풍기를 한 대 더 들이게 됐다.
그런데 이틀 뒤 욕심이 생겼다. ‘스마트 선풍기로 개조할까?’ 곧장 선풍기에 PWM(Pulse Width Modulation: 디지털 출력으로 아날로그 회로를 제어하는 기술) 제어 기능이 있는 스마트 회로를 이식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서울대 공대생은 원래 있는 기판을 우회해 ESPHome(오픈소스 홈오토메이션 솔루션)에서 조종 가능한 PWM 신호를 ESP32(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무선 통신 기능을 탑재한 저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로 쏠 수 있도록 했다. 홈어시스턴트로 직접 바람 세기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남았다. 무선 선풍기로 작동하려면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능을 기판에 통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 기판과 새 기판의 기능을 통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서울대 공대생은 두 기판 기능을 통합하고 자신이 설계한 ESPHome 펌웨어를 이식했다. 선풍기 속도를 정하면 해당 속도가 될 때까지 자동으로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 기능, 물리 버튼을 눌러서 속도가 변하면 그걸 감지해서 반영하는 기능을 펌웨어로 새로 만들었다.
이후 서울대 공대생은 새 기능을 이식한 기판을 무사히 다시 선풍기에 넣었다. 고장 난 선풍기를 IoT 선풍기로 개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서울대 공대생은 자신이 개조한 선풍기에 대해 “구글홈과 연동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방마다 구글홈 미니가 있어서 스마트폰 없이 허공에 대고 음성명령을 내려도 작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