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모두가 울고 있습니다. 그저 참담하고, 무능한 전주시가 원망스럽습니다. 전주시민이자 팬으로서 KCC 구단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전주 KCC 연고지 이전설이 결국 현실이 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를 전북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승인했다.
지난 2001년 5월 대전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한 KCC는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KCC는 22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KCC는 최근 전주시가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는 등 홀대와 신뢰 문제를 들며 연고지 이전을 검토해왔다.
연고지 이전 결정에 전주시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이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전설이 불거진 뒤 KCC이지스 농구단을 방문해 면담했고, KCC그룹에도 회장단 면담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며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시기가 2026년 이후로 연기돼 체육관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고 복합스포츠타운에 건립할 새로운 홈구장도 보조경기장을 포함해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KCC에 명확히 밝혔었다"며 "하지만 KCC는 전주시와 만남은 피하면서 '전주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한 한 채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팬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고지를 지키지 못한 전주시를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있다.
KCC의 오랜 팬이었다는 최모씨는 "2016년에도 KCC가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한다고 결정이 났었다"며 "당시 팬들과 시민들의 하나된 노력과 전주시의 체육관 신축 약속으로 수원 이전이 극적으로 철회됐는데 결국 떠난다니 허망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KCC는 1970년대에 지은 구장을 쓰고 있을 만큼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며 "올해 신축 체육관을 완공하기로 했는데 3월 기공식 이후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주시는 이런 와중에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우고 군산월명체육관을 이용해달라고 했다"며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직장인 A씨(29)는 "KCC는 전국구 인기구단일뿐더러 농구팀 중 유일한 호남 연고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FA 영입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등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고지 구단을 잃었다"며 "전주시가 야구 2군 경기장 설립을 이유로 체육관 신축 약속을 번복하고, 멀쩡히 이용하던 체육관을 비우라고 하는 등 엉터리 행정을 이어간 모습을 보면 내가 구단이었어도 기분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주시청 홈페이지는 연고지 이전에 불만을 가진 팬들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 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시청 담당과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20년 팬이라는 장모씨는 게시판에 "명문 구단을 이렇게 보내야한다는 것에 많이 화가 난다"며 "전주시의 무능함이 사실로 드러났다.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시민 B씨도 "KCC는 전주시에 있어서 큰 자부심이었다"며 "전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떠난다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했다.
송모씨는 "전주라는 지역 이미지에는 KCC구단도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프로 야구 2군 경기장 구축 때문에 KCC를 저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전주뿐만 아니라 전북도민의 것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