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인 최재천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9일 모교인 서울대 후기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최 교수는 이날 축사에서 양심과 공정에 바탕을 둔 따뜻한 인재로 성장해달라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었다.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혼자만 잘 살지 말고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이끌어 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니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며 양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모름지기 서울대인이라면 누구나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해야 한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무감각하고 모르는 척 밀어붙이는 불공정한 공평이 아니라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변은 온통 허덕이는데 혼자 다 거머쥐면 과연 행복할까?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 공정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어달라"라고 거듭 주문했다.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최 교수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했다.
최 교수는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는 1994년 귀국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부터는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한편 유홍림 서울대 총장도 이날 졸업식에 참석했다.
유 총장은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공동체와 협력해 이뤄내길 바란다"라며 졸업하는 학생들을 응원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는 학사 978명, 석사 1200명, 박사 656명 등 모두 2834명이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