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에서 손발을 걷어붙이고 배수로를 뚫은 한 시민의 정체가 뒤늦게 알려졌다.
빗물이 종아리까지 차오른 도로 한복판에 뛰어들어 배수로에 쌓인 쓰레기 등을 건져낸 일명 '민소매 아저씨'는 현직 도의원이었다.
시간당 7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오거리에서 민소매를 입은 남성이 여럿에게 포착됐다.
해당 남성은 긴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빗물에 잠긴 도로에서 무언갈 하고 있었다. 주변엔 타이어가 반 틈 이상 침수된 차량의 모습도 목격,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도로에 한참 머물렀다.
자세히 보니 이 남성은 막대기 등 도구를 활용해 손으로 배수로를 뚫고 있었다. 엉겨 붙은 낙엽과 쓰레기가 배수로에 쌓여 물길이 막히자, 직접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이런 모습은 해당 거리를 오가던 다른 시민들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같은 날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형들, 이 아저씨 칭찬 좀 해주세요"라며 "청주에 또 비가 한꺼번에 와서 이곳저곳이 침수됐는데 이 아저씨가 동네에서 배수구 뚫고 다녔다네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현장 상황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아저씨 고맙습니다", "수고하셨네요", "멋지십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솔선수범해 주신 덕에 피해가 줄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런 분이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합니다", "동네를 지키는 슈퍼맨 같네", "저런 분이 영웅이지", "민소매 아저씨 존경합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의 선행에 박수를 보냈다.
용기 있는 행동으로 여럿의 감탄과 감동을 자아낸 '시민 영웅'은 또 한 번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뒤늦게 '민소매 아저씨'의 정체가 알려졌는데, 현직 충북도의원인 박재주 도의원이었던 것이다.
박 도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 같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침수 현장 인근에 사는 박 도의원은 이날 순간적으로 물이 불어나면서 도로가 침수되자, 112에 신고하고 직접 배수구 정비 작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훈훈한 미담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자, 박 도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배수구를 뚫는 일뿐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뛰어들었다"며 "한 시민이자 도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더 열심히 도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