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교사 A(24)씨에게 가해 학생 학부모가 여러 차례 연락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학부모가 고인에게 직접 전화를 건 내역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학부모가 교사에게 두 차례 전화하고 다섯 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23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서이초 교사 A씨가 맡은 학급에서 B학생이 C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후 A씨는 지난 18일 사망하기 전까지 학교에 10차례 정도 업무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 요청 기록에 '연필 사건'이 언급돼 있다.
상담 요청 내용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돼 안도했는데,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소름 끼쳤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께 가해 학생 학부모는 A 교사의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로 2차례 전화를 걸었다. 학부모는 통화에서 “아이를 다치게 한 사실이 맞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했고 잘 끝났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가해 학생 학부모는 2차례의 전화 이후에도 A 교사에게 5차례 문자를 더 보냈다.
가해 학생 학부모는 같은 날 오후 9시 1분쯤 A 교사에게 ‘너무 억울하다’ ‘(사건과 관련한) 1번, 2번, 3번, 4번 항목에 선생님이 답변을 해달라’ 등의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인 13일 오전에도 A 교사에게 4차례에 걸쳐 하이톡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하이톡으로라도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가해 학생인 자신의 아이의 평판도 걱정된다’ ‘사실관계 확인되시면 연락 부탁드린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양측 학부모와 피해·가해 학생, 인성생활부장 교사, A 교사가 모여 6자 대면을 했다. 가해 학생 학부모 중 어머니는 일정 상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A 교사는 5일 뒤인 18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2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 학부모가 현재 경찰 간부로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이 학부모는 A 교사에게 자신이 경찰임을 알렸고, 연필 사건 당시 A 교사도 학부모와 직업을 아는 상태였다고 한다.
앞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고인의 통화내역 등을 살펴봤는데,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이에 관해 경찰 측은 “고인이 학부모에게 ‘업무용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먼저 전화를 걸었고, 그 이후 학부모와 ‘업무용 휴대전화’로 다시 통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인과 학부모가 ‘업무용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사실은 있으나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직업은 공개할 수 없고, 진행 중인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