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여교사 박모(24)씨를 압박한 학부모들 가운데 경찰관과 검찰 수사관 부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누리꾼들이 분개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학부모들을 입건하지 않은 배경에 ‘제 식구 감싸기’가 있었던 건 아닌지 누리꾼들은 의심하고 있다.
유족 측 설명을 종합하면 박씨는 이른바 '연필 사건' 당일 다툰 학생의 어머니인 현직 경위와 통화했다. 경위는 경찰 초급 간부다. 더욱이 다음날엔 다툰 학생의 아버지인 검찰 수사관이 다툼 해결과 중재를 위한 모임에 참석했다.
박씨 사망 닷새 전 터진 ‘연필 사건’은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B학생과 실랑이를 벌였고 A학생의 이마가 긁힌 사건을 뜻한다. 사건 당일 오후 9시 가해 학생 학부모가 박씨에게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학부모는 ‘아이 이야기를 들으니 억울한 부분이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연락을 달라’라면서 박씨를 압박했다.
얼마 후 박씨는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냔 말이 나왔다.
문제는 경찰이 박씨를 압박한 학부모에게서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아직 입건한 학부모는 없다“라면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망 동기, 과정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통화내역 등을 살핀 결과, 학부모가 고인(박씨)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직접 전화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문유진 변호사는 “고인의 휴대전화 수발신 목록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아직 수사 중이어서 줄 수 없다고 한 게 경찰”이라며 “그런데 (학부모의) 혐의가 없다는 발표는 왜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박씨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 박씨가 자기 휴대폰 번호를 학부모가 알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 불안해 했다는 사실을 동료 교원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은 경찰이 모든 학부모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배경에 ‘제 식구 감싸기’가 있는 건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아이디가 ‘pian****’인 누리꾼은 “도대체 어떤 부모들이기에 이 상황에서 혐의없음이 나오나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좀 된다”라면서 “세상엔 참 억울한 일 많다”라고 말했다.
‘latt****’은 “나이도 어린 선생님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을까. 자기들은 그냥 한 말이라고 하겠지만 선생님이 느낀 압박은 엄청나게 컸을 듯하다. 그러니 죽음까지 택한 것 아니겠나. 개인적인 일이었으면 학교에서 죽었을까?”라고 말했다.
‘hy_2****’은 “선생님에게 억울한 일이 남지 않도록 제대로 수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교사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모든 인간은 똑같이 소중하다.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반론도 없진 않다. ‘jini****’은 “현직 경찰이라고 해도 경위라면 초급간부 수준”이라면서 “사회적 이슈인 서이초 교사 사건 수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진 않다”라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