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실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 박씨의 유족이 PD수첩에 출연해 “가해 학부모 직업은 경찰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건을 빨리 종결지으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 어느 초임교사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 박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방송에서 고인이 된 박씨의 사촌오빠는 “경찰이 사건을 빨리 종결지으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나라도 좀 정신을 차려서 조사를 해야겠다”며 고인이 남긴 학급일지와 일기장을 모두 살펴봤다고 밝혔다.
사촌오빠가 공개한 일기장에는 고인이 된 박씨가 ‘아침에 학교에 오면 뭔가 두렵다.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다. 숨이 길게 안 쉬어진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인이 된 박씨가 생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 지도로 통제가 안 되는 아이가 2명이 있다’, ‘초반에는 무력해지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무력감을 토로한 상담 내용도 공개됐다.
이어서 박씨가 생을 마감하기 5일 전 ‘연필 사건’이 터졌다. 당시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은 B학생과 실랑이를 벌였고 A학생의 이마가 긁혔다.
이후 학교장 종결로 해당 사건은 잘 마무리되는 듯 싶었지만 당일 오후 9시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항의 문자를 보냈다.
유족 법률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는 “밤 9시가 넘어서 선생님의 휴대전화 번호로 ‘가해 학생이 억울하다’는 항의 문자가 왔다”며 “다음날 수업 시간 중에도 하이톡(업무용 메신저)으로 가해 학생 학부모가 ‘아이 이야기를 들으니 억울한 부분이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연락을 달라’는 메신저를 보냈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에게 하이톡으로 ‘누구도 경찰에 같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면 자신이 경찰이라는 걸 확실하지 않지만 어필은 한 것 같다. 선생님도 경찰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7월 12일 이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내 아이 평판이 걱정된다’고 압박을 했던 것으로 저는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4일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아직 입건한 학부모는 없다"며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학부모들이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숨진 박씨가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