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라는 어린 나이로 올해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백강현 군이 한 학기 만에 돌연 자퇴했다. 백 군의 아버지가 자퇴를 결정한 이유로 '학교 폭력'을 주장해 파장이 일은 가운데 해당 학교의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저희 역시 어린 친구를 책임지고 과제를 해내기에는 버거운 고등학생 입시생이었다"라며 호소하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유튜브 보고 오신 분들, 무작정 욕하기 전에 한 번만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과학고등학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해당 학교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 글을 남겼다.
A씨는 백 군이 학폭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현이가 학폭을 당한 건 모르는 애들이 대다수다. 130명이나 되는 학교에서 모두가 학교폭력을 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영재고 입시가 생각보다 빠듯해서 다른 친구들의 교우 관계까지 신경 쓸 시간은 사실 많이 없다. 강현이 아버님의 주장은 내일 유튜브를 기다려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백 군이 조별 과제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학생이 수능을 치르지 않고 수시만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때문에 수행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조별 과제는 대부분의 자료조사가 학술논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꽤 수준이 높다. 수 페이지가 넘어가는 임시 논문 작성, 연구 계획서 작성, PPT 완성 등 상당히 난도가 높고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과제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기숙사에서 조별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강현이의 재능과 능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편히 대화를 나누기에는 나이 차이가 적지 않다. 대입이 걸린 상황에서 선뜻 함께 조를 이루자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또한 강현이는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에 해당 조에는 적지 않은 페널티였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강현이를 품어주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지만 저희 역시 어린 친구를 책임지고 과제를 해내기에는 버거운 고등학생 입시생이었다는 걸 감안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 어린 강현이의 재능을 질투했다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몰아가는 대신 나이 차이와 기숙사 생활 등 여러 장벽에 의해 함께 조별 과제를 하기 어려웠을 뿐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해당 학교 학생 및 영재고 전체에 대해 무분별하고 부정확한 비난이 쏟아짐에 안타까울 뿐"이라며 "아무런 관련 없는 학생들을 끌어들여 욕하는 것은 2차 피해자를 만드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비난에 괴로워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앞서 20일 백 군의 아버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백군의 서울과고 선배 엄마인 일명 '선배맘'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백군이 학교 학생들에게서 지속적인 폭언을 듣고 조별 과제에서 배제당하는 등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