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한 가운데 폭염을 막을 최소한의 장치인 그늘막도 없이 텐트가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잼버리 대원들이 사용한 텐트는 국내 업체인 비에프엘의 브랜드 버팔로에서 공급한 2∼3인용 돔형 텐트다.
비에프엘은 1991년 고성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때도 텐트를 납품했던 업체다.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잼버리 텐트는 제품명 '잼버리 돔 텐트'(제품번호 DTE0024)로 색상은 스카이블루, 핑크, 오렌지. 바이올렛, 옐로우그린 등 5가지다.
구체적인 사양을 보면, 텐트 크기는 텐트 본체가 210×230×135㎝, 텐트 위를 덮는 플라이가 220×350×140㎝로 2인이 사용하기는 적당하다.
조직위는 범죄 방지와 응급상황 대처를 위해 한 텐트당 대원 2명이 숙영하도록 하고, 이번 잼버리에 2만3천개의 텐트를 제공했다.
문제는 인공 그늘을 만들어 주는 타프(그늘막)가 별도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캠핑 전문가들은 이런 사양의 텐트로는 여름철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서 숙영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욱 경기대 레저스포츠학과 박사는 "여름에 그늘이 없는 곳에 야영하려면 최소한 데니어(D·섬유의 두께를 나타내는 수치)가 210D 이상, 가능하면 300D 정도 사양의 타프가 필요하다"면서 "잼버리 야영장에 제공된 텐트 사양을 보면 한낮 텐트 안 기온이 40∼50도 올라가고, 열대야가 있을 때는 밤에도 상당히 기온이 높아 성인도 야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잼버리 대원들에게는 타프가 제공되지 않았고, 제공된 텐트 사양을 확인해 보면 가장 기본적인 사양이었다"면서 "이른 장비로는 아무리 '스카우트 정신'으로 무장한 대원이래도 더위를 견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대원들 2인당 텐트 1동과 2개의 매트를 지급했다. 여기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 캠핑용품 예산 59억원 중 33억원이다.
납품 업체인 비에프엘 측은 사전에 인공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 타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직위에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민호 비에프엘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장 상황을 봤을 때 그늘막이 필요해 보여 조직위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새만금은 비가 오면 물이 차고, 맑은 날씨에는 그늘이 없어 매우 덥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을 냈고, 실무진도 타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제안한 것은 텐트 4∼5동당 가운데 타프을 설치하는 방안이었다"면서 "우리가 납품하는 것은 텐트이기 때문에 타프의 경우 별도로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데 결국 어떤 이유에서인지 (타프 지급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텐트 사양과 관련해 "그늘이 없는 야영장 환경을 생각해 플라이 사양을 자외선 차단을 위해 UV코팅 3천㎜ 수준으로 일반 텐트(2천㎜)보다 더 높게 만들었다"며 "폴대인 화이바 글라스 두께도 일반 8.5㎜보다 두꺼운 11㎜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캠핑 업계에서는 잼버리 텐트 가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잼버리 야영장 텐트의 시중 가격은 25만원. 판매처마다 소폭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25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사양의 텐트 가격을 검색한 결과 대부분 7만∼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곽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텐트 납품 가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소비자 가격이고 실제 납품가격은 10만원 남짓으로, 원가와 물류비, 설치비 등을 생각하면 과도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납품가 33억원 중 잼버리 후원금 3억6천500만원을 냈고, 후원물품(4억원 상당)을 빼면 실제로 우리가 사용한 예산은 26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정당한 입찰을 통해 납품했고, 각계 심사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비리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