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가 무기명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것이 논쟁을 부르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카페 운영하는데 목이 말라서 찬물 한 잔만 달라는 할머니 돌려보냈는데 매정해 보이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와 함께 작성자는 게시글을 통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매정하다'가 1435표를 얻어 81%, '아무 잘못 없다'가 337표를 얻어 19%를 차지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자영업자들은 각각 저 마다 이유를 들어 '물을 드린다'와 '드리지 않는다'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물을 드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한 자영업자는 "저도 처음에 장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좋은 마음으로 어르신들 요구 다 들어드렸다. 근데 계속 오시고 '물 한 잔 달라', '독거노인이니 샌드위치 싸게 해 달라', 술 먹고 오셔서 전화 빌려 달라고 붙잡기도 했다"며 "이제는 죄송하다고 돌려보내는데 며칠 전에 폐지 줍는 할머니께서 꼬깃한 페트병 들고 오셔서 물 담아 달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는 식수기 사용해서 물 자체가 시원하지 않고 얼음을 넣어야 시원해진다. 폐트병 자체에 얼음이 들어가지 않아서 식수기 물만 가득 드렸더니 맡겨 놓으신 것처럼 '물이 시원하지가 않네?' 하시더라"며 "그 뒤로 다시 다짐했다. 손님이 아닌 이상 호의 베풀지 않기로. 동네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동네는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의견에 다른 자영업자 또한 "한 번 쯤 그냥 드려도 되지만 제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듯하다. 한 번 드리면 공짜로 달라고 계속 오는 분들도 있다.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도와주기도 팍팍한 세상이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장사 오래 해 보니 이런 거 이용하는 영악한 노인들 많이 봐서 전혀 매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물을 드린다'는 의견을 제시한 자영업자들은 "우리 엄마라 생각하면.., 시장가셨다 지갑 잃어버려서 온 시장을 헤집고 다녔던 적이 있으시다. 만약 그게 요즘 같은 날씨였으면", "물 한 잔이 뭐 길래요. 그냥 드리고 보내면 그만이지. 다 본인한테 돌아간다", "굴러들어 온 복을 걷어찼을 수도", "너무 더워서 어르신이라면 한 잔 드렸을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가운데 '물을 드린다'는 한 자영업자는 "날씨가 날씨니 만큼 물 한 잔 정도는 드렸을 거 같다. 진상이건 아니건 그건 나중 일"이라며 "반복돼서 이건 아니다 싶으면 그때 말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지갑 없이도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지만 어르신들은 아니더라. 공짜로 음료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물인데"라며 "우리 할머니가 지갑 없이 마실 나가셨다가 너무 목이 말라 물 한 잔 부탁했는데 거절했다는 소리 들으면 화날 것 같다"고 알렸다.
자영업자는 "반대로 친절한 물 한 잔이 날 살렸다 이런 소리 하시면 전 그 집 매일은 아니어도 먹을 일 있을 때 꼭 갈 것 같다"며 "지인한테도 말하고 온 가족한테 말해서 다 그 집 가라고 할 거 같다"고 부연했다.
해당 게시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하며 논쟁을 불렀다.
누리꾼들은 "호의가 계속되면?", "물 한 잔은 주되 선 넘으면 정색하면 되지. 진상되니까 물 한 잔도 안 준다는 좀", "처음에는 고맙다고 할지라도, 나중에는 물 한 잔 받고 의자에 앉아서 몇 시간 있다 가심...", "진상된다 싶음 그때 매정하게 굴면 되는데 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물 한 잔도 안 주는 거지. 선뜻 이해가 안 감", "근데 막상 저번엔 줬잖아!!! 이러면 할 말이 없다", "저거 절대 주면 안 된다. 나중에 카페 노인정 음수대 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나 베라(베스킨라빈스31) 알바생인데 베라는 물 1500원에 판다. 할아버지 한 분이 물 달라고 하셔서 물 사드셔야 한다니까 바닥에 아이스크림 버리고 가더라. 근데 더 충격적인 건 그냥 버린 게 아니라 발로 살살 굴려서 넓게 더럽히고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