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의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기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삥 뜯기’가 아니냔 지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실 전화를 받은 기업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8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날 밤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한 기업 관계자가 블라인드에 올린 글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대형 건설사 직원은 “어제(7일) 늦은 밤 대통령실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면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잼버리 참가자들이 지금 서울에 갈 거니까 12일까지 연수원에서 재워라. 그리고 밥도 먹이고 얘들 놀 프로그램도 짜라. 11일에는 케이팝 공연을 볼 거니까 상암에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온 다음 12일에 공항까지 데려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관련 부서가 급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잼버리 참가자들을 맞이하려고 텐트 등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아마 연수원을 보유한 대기업, 지자체, 교육기관은 다 연락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협조 요청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출한 셈이다.
그는 “현 정권을 무조건 비난하는 게 아니다. 전 정부와 현 정부 관련자들의 준비 미숙으로 인한 작금의 사태에 대해 행사 종료 후 철저한 감사함으로써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처벌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남서울대학교도 이 회사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방학이라 좀 한가했던 캠퍼스에 갑자기 난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세계잼버리 대회 참가했다 중도에 철수한 대원 중 스웨덴 참가자 753명이 갑자기 우리 대학에 배정된 바람에 휴가자를 제외한 전 직원이 총출동해 마치 군부대 비상훈련하듯 이들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7일) 교육부로부터 이용 가능한 기숙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문의가 오더니 오늘(8일) 갑자기 낮 12시쯤 스웨덴 대표 800여 명이 도착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
그런데 교육부, 경찰, 충남도 등 유관기관들은 정확한 도착 시간, 도착 후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방 배정을 해야 할지, 식사는 어찌 제공해야 할지, 11일까지 머무는 동안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 지에 대해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도착한 스웨덴 대원들도 모두가 더위와 강행군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는데, 자신들이 어디로, 왜 우리 대학에 왔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우선 급한 대로 영어, 스웨덴어로 기숙사 이용 매뉴얼을 제작하고 교내 곳곳에 환영 게시물을 부착했다. 방학 중이라 문 닫은 식당을 재가동하도록 하는 등 정신 없이 오후를 보냈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기업의 직원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부가 저지른 사고를 민간에서 수습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전시동원령이냐” “왜 우리가 가야 하느냐” “수도권 공무원 수천명이 잼버리에 매달리는 게 맞느냐” “이게 정상적인 정부냐”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