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시간 쪼개 자격증 5개…현대차 킹산직 여성 합격자들 '미친 스펙'

2023-08-08 14:23

다음주부터 현장에 투입되는 쟁쟁한 인재들
현대자동차에서 최초로 뽑힌 여성 기술자들

이른바 '킹산직'으로 불리는 현대차 생산직에 합격한 여성들의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됐다.

8일 현대자동차는 "최근 울산공장 등 국내 생산부문 현장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185명을 뽑았고, 이 중 6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에서 현장 적응력 강화 등 신입 교육을 받고 있다. 다음주부터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뉴스1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뉴스1

현대차 측은 "성별을 떠나 이번에 선발된 신입사원들은 모두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기술인재들이다.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통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선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8일 중앙일보는 여성 신입사원 6명에 대해 보도했다.

황재희(19) 씨는 최연소 합격자다. 그는 굴삭기 제조업체에 근무하다가 현대자동차에 지원했다. 황 씨는 "경쟁률이 높은 전형이다 보니 합격은 예상 못 했다"라며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안 믿겨서 두 번, 세 번 또 확인했다"면서 "어리지만 둥글둥글한 성격인 만큼 생산 현장에선 세대 간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소란(28) 씨는 부산 한 항공 정비 업계에서 일하며 주말부부로 지내다 현대차 직원이 됐다. 그는 "내 손을 거쳐서 자동차가 완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직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첫 여성 기술직 신입사원들 /이하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첫 여성 기술직 신입사원들 /이하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 계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은정(23) 씨는 "기능사 자격증을 5개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기술직 채용 관련 정보가 많이 없어 어려웠다"며 "잠을 자는 시간을 쪼개 공부한 노력이 최종 합격으로 이어져 기쁘다"고 밝혔다.

현대차 생산직은 정년까지 억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킹산직(킹+생산직)'이라 불린다. 현대차는 10년 만인 지난 3월 채용 공고를 냈는데 무려 1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직에 목매는 사람 많아 안타깝다'는 글이 퍼졌다.

대기업 생산직 9년 차라는 40대 A씨는 "정년 때까지 회사 다니는 거 쉽지 않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 가도 30년, 40년 근속하기 힘들다"며 "공장 사람들이 거칠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게끔 갈구고 못 버티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퇴근하던 오전조 근로자들 / 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퇴근하던 오전조 근로자들 / 뉴스1

그는 "나이가 많아 이직도 힘들고, 이직하려면 대기업은 안되고 중견기업 계약직으로 강등된다"며 "이도 아니면 자영업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가끔 직장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에게 세상은 '회사 그만두면 되지 왜 죽냐?'고 묻지만, 나이 먹고 가족 생기면 집이 부자가 아닌 이상 벌이에 맞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월급에 맞는 대출도 갖고 있어 그런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