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은 제6호 태풍 ‘카눈’은 중형급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진행 속도와 진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오전 기상청은 카눈이 경남과 전남 사이 남해안으로 상륙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예상 경로가 이전보다 서쪽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강풍반경(15㎧ 이상의 바람이 부는 구역)이 300km 이상인 까닭에 전국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점엔 변함이 없다.
카눈의 중심 부근에선 열차를 넘어뜨리거나 목조 건물을 무너지게 할 정도의 폭풍이 불고 있다. 거기에다 폭우를 동반하는 까닭에 한반도를 관통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자체로 매우 위협적인 태풍인 셈이다.
문제는 더 있다. 카눈의 진행 속도다. 카눈은 시속 7km 속도로 움직이는 ‘느림보 태풍’이다. 느릿느릿 움직이며 한반도에 더 길게 머무는 셈이다. 강한 비바람도 더 오랫동안 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정부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카눈은 진로 또한 이례적일 정도로 유동적이다. 기상청은 "태풍 카눈의 진로가 여전히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재 일본 규슈 남쪽 해상에서 진행하고 있는 태풍 카눈은 점차 북진을 하면서 10일 낮에는 경상해안에 상륙한 이후 계속해서 북진하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태풍 동편에서 발달 중인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경로 변동성이 큰 만큼, 태풍 예보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28일에 발생한 태풍 카눈은 그동안 계속해서 예상 진로가 변해왔다.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로 상륙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후 지난 3일에 일본 규슈 남쪽을 지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일 새벽까지만 해도 한반도 상륙이 아닌, 동해상으로 북상할 것으로 분석됐다. 카눈을 명확하게 이끌어 줄 주변 기압계가 없다 보니 주변 상황에 따라서 예상 경로가 요동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 이후 한반도에 상륙했던 태풍의 진로를 봐도 '카눈'의 진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기상청 태풍 정보에서 2001년 이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진로를 보면 2020년 '하이선'이 비슷하게 남북으로 종단했지만, 동해안을 통해서였다. 내륙을 관통하는 만큼 큰 피해가 우려된다. 과거 태풍 피해를 보면 급류에 휘말리거나 바람에 떨어지는 낙하물에 인명피해를 당했지만, 지난해 힌남노처럼 집중호우로 인한 지하 공간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유사한 경로로 한국을 통과한 과거 태풍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에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오고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7일부터 10일까지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리는 비는 9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때 강원 영동, 경상권 동해안, 울릉도·독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