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일까.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뒤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폭주해 전국에서 50명 넘는 작성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살인예고 글이 다시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은 6일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모두 54명의 살인예고 글 작성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살인예고를 '심각한 범죄행위'이자 '직접적 시민안전 위협'으로 규정하고 실제로 흉기를 준비하는 등 범행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구속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4시 시·도경찰청 수사부장·차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상회의를 열어 살인예고 글 작성자에게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처벌규정을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살인예고 글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9시 45분 디시인사이드엔 “내일(7일) 강남역 7번 출구에서 오후 5시에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7일 오전 4시9분엔 “내일(8일) 신림역에서 한남 30명 죽일 거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 예고 글을 112에 신고한 누리꾼은 “7일 오전 36분에 신고가 접수돼 OO지구대 경찰관이 출동 중입니다”란 문제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같은 예고 글 외에도 “오늘 예고한다. 진지하다”, “칼부림 예고” 등의 글이 끊이질 않고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괜히 예고한답시고 잡혀가지 말고 더 재밌는 거 해라”라며 흉기 난동을 부추기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살인 예고 글 작성자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이들은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원주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고 썼다가 강원 영월군에서 붙잡힌 C(17)군은 자신이 쓴 글을 SNS에서 제보하는 자작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경찰이 낭비되고 있다. 살인 예고 글 가운데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일일이 경찰이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배회하다가 체포된 20대 남성의 경우 살인 예고를 실행에 옮기려다 걸렸다. 그는 SNS에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고 적었다. 이렇게 살인예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에 인터넷에 오른 글을 두고 경찰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디시인사이드에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는 이유는 익명성 때문으로 보인다. 게시물을 작성할 때마다 새로운 닉네임·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유동 닉네임' 이용자들이 살인예고 글을 작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가 VPN(해외 가상 사설망)과 토르 브라우저를 사용해 자신의 IP 주소를 감추는 까닭에 추적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