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무차별적인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면서 엉뚱한 시민이 검문당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최악의 연쇄 폭력 사건이 낳은 씁쓸한 풍경이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닭꼬치 사서 집에 가다 경찰에 걸렸다'는 사연이 올라와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젊은 여성인 글쓴이 A씨는 "자정에 알바가 끝나고 배가 고파 가게에서 닭꼬치를 포장해 열심히 집에 가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때 순찰 돌던 경찰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내리시더니 '거기 아가씨 손에 든 게 뭐예요' 하며 주춤주춤 다가오셨다"며 "당황한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닭…닭…꼬치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경찰관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다가와서 A씨가 소지한 물건이 닭꼬치인 걸 확인하고선 허탈하게 웃으며 "집에 얼른 가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은박지에 쌓인 문제의 닭꼬치 사진을 공개했다. 밤거리 네온사인 조명을 받아 번쩍이는 은박지가 경찰관의 눈길을 끈 듯하다. 경찰관은 은박지에 가려진 내용물이 흉기일 수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상생활이 잇따른 도심 흉악범죄에 초비상이 걸린 시국에는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빌미가 됐다.
A씨는 "집까지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환경도 보호할 겸 얼른 가서 먹으려고 봉지에 안 담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멀리서 보면 흉기처럼 보일 듯", "행인들도 피했겠는데", "일단 얇고 긴 거는 가지고 다니지 말자", "이런 상황이 된 게 슬프다" 등 반응을 보였다.
서울 신림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불과 2주 사이 흉기 난동 사건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시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흉기를 소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나 이상 행동자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선별적 검문 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관은 표정과 태도, 수상한 행동 등을 토대로 검문 대상자를 관찰한 뒤 소지품 조사를 시행한다.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용의자에게 법적 권리를 고지한 후 임의동행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