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 조승희, 2007년 총기 난사 사건…32명 죽이고 극단적 선택 (영상)

2023-08-04 10:08

사건 벌이기 전 미국 NBC 방송국에 직접 찍은 영상 보내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비난…여학생이 마음 거절하자 격분

2007년 미국에서 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인 유학생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재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가 벌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다뤘다.

이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하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 사건은 2007년 4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버지니아대학교는 일요일임에도 불구,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그렇게 축제를 즐긴 다음 날인 16일 기숙사 건물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비명 소리에 눈을 뜬 재학생 몰리는 기숙사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피 묻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몰리는 핏자국을 따라 동기 에밀리의 방으로 이동했다. 방 문을 열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에밀리와 기숙사 사감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두 사람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은 이 학교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승희였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조승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학교 측은 범인이 외부인일 것이라고 추측,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등교시켰다.

조승희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학생이 가장 많이 들어간 건물을 찾아 출입구를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갔다. 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거란 메모까지 적어 앞에 붙여뒀다.

이후 그는 강의실 206호와 207호에 총기를 난사했다. 주변 강의실에서는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소음에 상황 파악에 나섰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것을 인지한 205호 학생들은 책상과 의자 등으로 문을 막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당시 211호에서 강의하던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911 신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신고를 마치기도 전에 조승희가 들이닥쳐 총격을 퍼부었고 현장 상황은 휴대전화를 통해 911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건물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2층에 쓰러져 있던 한 학생은 경찰을 보자마자 "범인이 저기 있다"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조승희가 쓰러져 있었다.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인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한 시간은 단 9분에 불과했다. 이 총기 난사로 32명이 죽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의 시신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묻혔다.

당시 조승희는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이기 전 미국 NBC 방송국에 자신이 직접 범행 동기를 밝힌 영상과 총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에서 그는 "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 "당신은 원하는 걸 다 가졌는데 벤츠로는 부족했냐" 등 이라고 말하며 자신보다 비교적 부유한 학생들과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등을 비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승희는 첫 번째 희생자인 에밀리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격분해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승희는 이 사건을 벌이기 이전에도 지속적인 정신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유튜브, 달리 [SBS 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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