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불붙은 교권 침해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지는 등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중학생이 여교사 앞에서 친구에게 자위행위를 시킨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의 중학생은 교권 침해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최근까지 불복 소송을 거듭하며 전학 조치를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5개월째 학교를 나오지 못하지만, 학생 측은 "전학을 갈 순 없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까지 내 불복 절차를 계속했다.
31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전지법 행정1부(부장 김용덕)는 중학생 A군과 학부모가 학교의 강제 전학 징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 소송에서 A군 측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재판부 역시 지난달 이 신청을 기각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전학을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어렵게 되자, A군 측은 19일 본안에 해당하는 징계 취소 소송을 취하했다. 이날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이었다.
중3인 A군은 올해 3월 교사 B씨(여)가 보는 앞에서 친구 C군에게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말하는 등 음란행위를 시켰다. 이 말을 들은 C군은 실제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함께 있던 교사 B씨는 이를 목격한 뒤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사건 직후 열린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B씨는 "두 학생의 행위로 큰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교보위는 4월 A군과 C군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다. C군은 이를 수용했지만, A군은 즉시 불복 절차를 밟았다. 징계 취소 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A군 측은 "익숙한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음란행위를 직접 한 C군과 달리, A군은 이를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항변도 뒤따랐다.
재판부는 그러나 A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도 자기의 언행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며, 피해 교사가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점이 기각의 주요 이유가 됐다.
A군 사건의 경우 징계 취소 소송 사건의 재판부마저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을 만큼 문제 행동의 수위가 상당했다.
그러나 A군 사례에서처럼 '강제 전학' 징계가 내려지면 학부모가 법원 등에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게 최근 법조계의 평가다.
박상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자문변호사는 매체에 "징계가 당연한 사안에도 '소송 전략'이 일단 시도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교보위에서 잡음을 우려해 아예 징계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훨씬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