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좌절감…” 아동학대로 몰린 교사, 얼굴+실명 공개 (영상)

2023-07-30 18:23

끝까지 싸우기로 다짐했던 이유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라“라는 권유도 거부

학부모에게 고소 당했던 교사가 경험담을 털어놨다.

지난 28일 여수 MBC는 광주 한 초등학교 교사 윤수연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윤 씨는 얼굴까지 드러내고 카메라 앞에 섰다.

윤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윤수연 씨 / 이하 유튜브 '여수MBC News+'
윤수연 씨 / 이하 유튜브 '여수MBC News+'

고소 당하기 3개월 전, 제자가 학생을 때리며 싸우는 걸 멈추게 하려고 책상을 넘어뜨렸는데 아이에게 책상을 집어 던지고, 성의없이 써온 반성문도 찢는 등 아이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민형사상 고소를 당한 거다.

윤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반성문을 찢어서 이렇게 얼굴에 던졌다든지,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일들을 굉장히 그럴듯하게 만들어져서 그걸 하셨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고소장 내용
고소장 내용

이후 조사가 벌어졌고 구청은 학대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도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의견으로 윤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까지 연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이라고 판단 내렸다.

학부모가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광주고검은 학부모의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때가 지난 17일이다. 윤 씨는 거의 1년 간을 고통 받은 끝에 아동학대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자료화면
자료화면

그간 주변에선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라"는 권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씨가 끝까지 싸운 이유가 있다. 그는 "제가 만약에 여기서 합의금을 주고 끝내게 되면 이다음에 또 다른 어떤 선생님한테 또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못하게 막아봤으면 좋겠다 싶어가지고 공론화시키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윤 씨가 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동안 그의 제자와 전국의 동료 교사들이 2000건에 가까운 탄원서를 제출했다. 6학년 제자들도 재판부와 검찰에 편지를 많이 보냈다.

탄원서 내용
탄원서 내용

그런 윤 씨는 최근 서울 서이초 사건을 보며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1년 동안 내가 싸운 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구나. 다음 사람 안 당하게 하려고 이렇게 애쓴 거였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구나 이런 생각 때문에 굉장히 무기력하고 좌절감도 들고..."라고 말했다.

서이초 교문에 놓인 화환들 / 이하 뉴스1
서이초 교문에 놓인 화환들 / 이하 뉴스1

서이초 사건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날은 윤 씨가 혐의를 완전히 벗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MBC는 윤 씨가 지금의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에게 고소 당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항상 자기 검열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 최근 불고 있는 교권 보호 움직임을 통해 선생님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서이초 교사 추모 현장을 찾은 사람들
서이초 교사 추모 현장을 찾은 사람들
유튜브, 여수MBC News+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