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고소 당했던 교사가 경험담을 털어놨다.
지난 28일 여수 MBC는 광주 한 초등학교 교사 윤수연 씨 인터뷰를 보도했다. 윤 씨는 얼굴까지 드러내고 카메라 앞에 섰다.
윤 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고소 당하기 3개월 전, 제자가 학생을 때리며 싸우는 걸 멈추게 하려고 책상을 넘어뜨렸는데 아이에게 책상을 집어 던지고, 성의없이 써온 반성문도 찢는 등 아이에게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며 민형사상 고소를 당한 거다.
윤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반성문을 찢어서 이렇게 얼굴에 던졌다든지,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일들을 굉장히 그럴듯하게 만들어져서 그걸 하셨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이후 조사가 벌어졌고 구청은 학대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도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의견으로 윤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까지 연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이라고 판단 내렸다.
학부모가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광주고검은 학부모의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때가 지난 17일이다. 윤 씨는 거의 1년 간을 고통 받은 끝에 아동학대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간 주변에선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라"는 권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씨가 끝까지 싸운 이유가 있다. 그는 "제가 만약에 여기서 합의금을 주고 끝내게 되면 이다음에 또 다른 어떤 선생님한테 또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못하게 막아봤으면 좋겠다 싶어가지고 공론화시키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윤 씨가 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동안 그의 제자와 전국의 동료 교사들이 2000건에 가까운 탄원서를 제출했다. 6학년 제자들도 재판부와 검찰에 편지를 많이 보냈다.
그런 윤 씨는 최근 서울 서이초 사건을 보며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1년 동안 내가 싸운 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구나. 다음 사람 안 당하게 하려고 이렇게 애쓴 거였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구나 이런 생각 때문에 굉장히 무기력하고 좌절감도 들고..."라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날은 윤 씨가 혐의를 완전히 벗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MBC는 윤 씨가 지금의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에게 고소 당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항상 자기 검열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 최근 불고 있는 교권 보호 움직임을 통해 선생님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