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짜리 자폐 아동을 키우고 있는 한 남성이 웹툰 작가 주호민의 특수 교사 아동 학대 혐의 고소 소식을 접한 후 느낀 두려움을 털어놨다.
반도체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는 남성 A씨는 2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다음 주에 아들내미의 자폐 서류 받으러 대학병원에 방문 예정인 만 5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지금 지능이 두살쯤 되는 거 같다고 하니 아마 중증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엔 왜 우리 부부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괴롭고 슬프고 현실 부정만 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우리 아들 자체를 받아들이고 남한테 피해만 주지 말고 죽을 때까지 우리 가족 셋이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 다잡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하필 자기 직전에 주호민 씨의 기사와 관련 글들, 그 댓글들을 보게 돼 착잡한 마음에 잠이 안 와 글을 끄적여 봅니다. 아 보지 말걸...
오늘도 와이프와 저의 온몸에는 아들을 말리다 생긴 멍과 손톱자국이 그득합니다. 혹여나 남들 다치게 할까 봐 아이 손톱은 속살이 보일 정도로 매일 잘라주고 있는데... 센터나 어린이집 선생님들 얼굴에 상처만 보이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우리 아들이 한 게 아니라 하셔도 일단 사과부터 먼저 드리게 되네요. 그냥 세상 사는 게 죄인입니다..
이상하게 또래 친구들하고 노는 건 좋은지 자꾸 다가갑니다. 그런데 말을 못 하니 어울리지도 못하네요. 친구 모두가 술래인 혼자만의 무한 술래잡기에 빠져 노는 모습을 보면 혹여나 다른 아이들을 다치게 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아들이 너무 짠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저야 낮에 회사라도 가 있지만 온종일 집에서 대답 없는 아들한테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보겠다고 혼자서 계속 떠들고 있을 우리 와이프는 표현은 안 해도 얼마나 힘이 들까요.
육아휴직이라도 쓰고 싶은데 특수 교육비는 왜 이리도 비싼지 모르겠습니다. 시간당 8만~10만원 해서 월 300만원이네요. 매달이 적자입니다. 안 그래도 느린 아들인데 돈 때문에 안 가르칠 수도 없고, 아들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더 밝을 수 있다면 저희 부부 노후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은 학교생활이네요.
아직 말을 못 하고 대소변도 못 가려서 기저귀 차고 있어요. 착석도 잘 안되고 감각 추구까지 심한 아이인지라 학교생활은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통합반이 있는 일반 초등학교를 보내자니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만 줄 거 같습니다. 그나마 동네에 하나 있는 특수학교는 경쟁률이 높아 학교 바로 앞에 사는 중증 장애 아이들도 떨어졌다 하네요.
저도 중·고등학교를 통합반으로 나와서 그런지 자폐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맞고 괴롭힘당하던 모습만 떠오릅니다. 이게 우리 아들의 미래이지 않을까 너무 두렵습니다.
와이프는 나중에 학교 갈 때쯤에 다 정리하고 캐나다로 가자고 하는데, 가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되고 무섭기도 하고... 모든 게 걱정이네요.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지금 당장은 아들 천천히 커가는 모습에 행복해하며 살자"고 와이프와 노력 중이었는데 괜히 눌러 봐서 잠만 설쳤네요...
우리 아들은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피해도 안 받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하는데 우리에겐 너무 큰 욕심이겠죠?
우리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너무 두렵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에게 응원의 글을 남겼다.
통합학급을 담당하고 있다는 한 일반 교사는 "자폐 아이들 생각보다 학교생활 잘합니다. 다른 친구들도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하지 않고 다들 보듬고 갑니다. 이제 어른이 돼가는 아이들이라 철이 들어서, 단지 우리 학교 학생들만 착해서 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 이런 말씀들 많이 하시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클 때와는 다르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친구들이라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 잘 돕고, 수업 시간에도 잘 챙기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학생들이더라고요. 아버님도 지금 같은 마음 잃지 마시고, 아이 많이 사랑해 주세요.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은 엄하게 알려주시고요. 사랑 많이 받은 아이는 학교에서도 티가 나더라고요. 저는 다른 것보다 친구들한테 맞고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된다는 말씀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그래도 조금은 걱정 더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자녀분이라면 누구보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겁니다. 힘내세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A씨를 응원했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평범한 자식을 키워도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인' 자를 새기게 되고, 하루에도 내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하게 되는데... 아버님의 마음이 어떠실지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네요. 힘내라는 말조차 폐가 될 거 같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더 불안감이 커지고 막막하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정말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등의 댓글로 A씨의 아픔을 함께 공감했다.
주호민은 최근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자신의 자폐 아들을 가르치고 있는 특수교사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아들이 지난해 9월 일반학급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의 돌발행동을 해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받게 된 상황에서 B씨가 아들에게 짜증을 내고 소외감이 들 언행을 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