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가 '신림동 흉기난동범'을 한마디로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3-07-24 14:10

“일종의 욕구 결핍… 잘살아가는 사람 파괴함으로써 보상 시도”
“터무니없는 심리… 반사회적 성향이 문제지 가난이 문제 아냐”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씨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남들도 불행하게 하고 싶었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모씨가 지난 23일 구속되기 전 한 말이다. 조씨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흉기로 공격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씨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사실에 주목하며 이번 범행이 자신의 불행에서 비롯된 열등감, 욕구 결핍, 패배의식, 권위주의적 태도 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공적 영역의 정신보건상담소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회생활 제약 많았을 것…내면에 자포자기 심리 깔려 있어"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행에는 '나만 불행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이기심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조씨의 경우 어릴 때부터 전과가 많은데 이런 경우 사회생활할 때 제약이 많았을 것"이라며 "이번 범행도 이러한 것들이 삶에 대한 실의로 이어져 공격성이 표출된 것인데 나만 불행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이기심에서 비롯된 패배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들만 표적으로 삼은 것도 다른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며 "조씨의 내면에는 (범죄 대상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 있고 이것이 공격행동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이 불행해서 분풀이 하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 많이 존재한다"며 "조씨의 경우 흉기를 사용해서 결과가 더 참혹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남성만을 범행 대상으로 정한 것과 관련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죽이면서 결국 자신이 쓸모 없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이것이 표출되면서 '너도 불행하게 만들거야'라는 일종의 망상행위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조씨의 범행은 일종의 욕구 결핍으로 보면 된다"며 "조씨는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파괴함으로써 보상 받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씨의 경우 반사회적 성향이 문제지 가난이 문제가 아니다"며 "남들도 불행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이번 사건으로 희생 당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3.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이번 사건으로 희생 당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3.7.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사회 내 박탈감 관리 필요…잠재적 범죄자들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행이 불행에서 비롯된 '묻지마 범죄'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사회적인 차원에서 박탈감을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 교수는 "사회 내에서 부의 불평등, 사회적 차별 등에서 비롯된 박탈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피해의식, 열등의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불평등과 차별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은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동의식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차원에서 정신적으로 잠재적 위험 가진 사람들이 결국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정신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도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선) 제일 먼저 재범방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면서도 "개인 스트레스를 해소 시켜줄 공적 영역의 정신보건상담 등을 통해 이를 관리해야 이번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뉴스1 자료사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뉴스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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